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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이진우의 외식&경제

저금리 장기화를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은 이유

월간 음식과 사람 2021. 5.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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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1.05 P.60 Marketing point_이진우의 외식&경제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경제와 관련이 있다. 그만큼 경제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장기 불황으로 허덕이는 외식업 경영자 처지에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경제 지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가게 일로 눈코 뜰 새 없더라도 잠시나마 경제와의 티타임을 가져보자. 경제를 알아야만 돈이 보인다.
editor 이진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 photo shutterstock

저금리 장기화를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은 이유

20년 후, 30년 후에도 금리가 낮을까?

10년쯤 후엔 시중금리가 어느 정도에 형성돼 있을까? 이건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하는 모든 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마치 10년 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나 삼성전자 주가가 얼마나 될지를 맞춰보자는 질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힌트는 있다. 만기가 10년짜리인 국채금리를 보면 지금 시장에서 사람들이 10년 후 금리를 어느 정도로 추측하고 있는지 알 수는 있다. 지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2%쯤이다. 앞으로 매년 연 2%의 이자를 10년 동안 줄 테니 돈을 10년간 빌려달라는 요청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투자자들이 꽤 많다는 뜻이다. 이들은 앞으로 10년 후에도 시중 이자율이 연 2%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뜻이다.

이 이자율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소비자가 지불하는 이자율과는 좀 차이가 있다. 정부가 시중에서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율이니 시중은행의 이자율은 여기서 1~2%포인트 정도는 더 보태야 한다. 그러나 10년 후에도 금리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은 건 분명해 보인다.

조금 더 놀랄 만한 사실을 전하자면, 사람들은 10년이 아니라 20년 또는 30년 후에도 이런 저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기가 30년짜리인 국채의 이자율이 어느 정도에 거래되는지 보면 그걸 알 수 있는데 놀랍게도 30년짜리 국채의 이자율도 연 2% 수준이다. 앞으로 무려 30년 동안 연 2%의 이자를 줄 테니 돈을 빌려줄 테냐는 질문에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는 돈 주인들이 매우 많다는 뜻이다. 적어도 그들은 30년 후에도 연 2%의 금리가 매우 높은 금리로 여겨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 세계 각국 정부들이 돈을 무제한으로 풀다시피 하고 그 덕분에 주가도 많이 오르고 집값도 오르면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많은데, 10년 후에도 심지어 30년 후에도 저금리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을까.

다시 한 번 확인해두자면 3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금리가 낮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해서 30년 후 20년 후에 금리가 실제로 낮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금리가 올라갈 것 같은 조짐이 보이면 투자자들은 생각을 다시 바꿀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로서는 앞으로 30년이 지나도 금리는 지금보다 별로 더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가 뭘까. 그게 이 글의 주제다.

저금리의 반복적 악순환

, 내가 왜 30년 후에도 저금리가 될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걸 아는 게 지금 투자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르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주식 투자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 주식 가격이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기업들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시중금리가 낮기 때문에 생긴 일이어서 금리가 올라가면 주가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이 정도 수준에 머무른다면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격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 저금리 상황에서 돈이 갈 곳이 없고 투자의 대안이 없어서 생기는 자산 가격 상승 흐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왜 저금리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지 그 이유들을 들어보자. 그 이유가 설득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저금리의 지속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투자 방향도 정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앞으로 저금리가 계속되는 이유는 정부와 중앙은행(한국은행)이 계속 돈을 풀고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물가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내려가는 디플레이션이 앞으로도 계속 걱정될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은 경제에서 가장 무서운 괴물이라고 불릴 만큼 위험한 현상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내려가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고 사람들의 소비도 위축된다. 집값이 계속 내려가기만 한다고 생각해보자. 누가 집을 사겠으며, 아무도 집을 사려고 하지 않으면 집값은 계속 내려갈 것이다. 정부나 중앙은행은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돈을 계속 풀고 금리를 낮춘다. 그래야 물가도 오르고 집값도 좀 오르고 그러면서 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중 하나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대형 정보기술(IT)기업들의 등장이다. 돈이 풀리고 금리가 내려가면 사람들은 꿈 많은 기업들의 주식을 주로 사들이게 되는데, 그런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그런 기업들은 주식을 조금만 발행해도 수조 원의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게 되고 그 돈의 힘으로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그런 사례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서비스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인데, 예를 들면 아마존의 인터넷 쇼핑몰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에게 같은 물건을 더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물가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아마존이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동네 소매점들을 몰락시켜서 일자리를 없앤다. 아마존 덕분에 소비자들은 행복해지지만 그 결과로 물가는 계속 낮아지고 실업자들은 늘어나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노동자의 임금도 계속 낮아진다.

바로 이 지점이 저금리의 반복적 악순환이 발견되는 포인트인데,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선택한 저금리가 대형 IT기업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그들이 물가와 인건비를 낮추면서 디플레이션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그 디플레이션이 무서운 정부는 계속 저금리를 유지하게 되고 그것은 다시 IT기업들이 강력한 힘을 갖게 되는 상황을 제공한다.

대형 첨단 IT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인공지능도 일자리를 없애는 주범이다. 과거엔 ATM(현금지급기)이나 키오스크(기계가 주문을 받는 시스템)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대체됐지만 인공지능은 세무나 회계 등 사무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잡아먹는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늘어나면 화이트칼라 사무직들도 대부분 필요 없어진다.

그런데 저금리는 IT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만들고 그들은 그 돈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그 결과 사무직 일자리도 줄어들고 인건비는 내려간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사태는 그런 시도와 실험을 더 빨리 해보도록 재촉했고 그 결과는 매우 훌륭했다.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미국 최고경영자(CEO)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인공지능이 의외로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물론 호텔 청소부는 로봇으로 대체되고 호텔의 프런트 직원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더라도 인공지능을 개발하거나 로봇을 수리하는 직업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어제까지 호텔에서 청소를 했던 근로자가 오늘 갑자기 인공지능 개발을 해낼 수 있을까. 호텔 청소부의 임금은 계속 내려가고 인공지능 개발자의 몸값은 계속 올라가는 양극화는 앞으로도 더 커질 것이다.

돈이 돌지 않으면 경기는 살아나지 못한다

그래도 돈을 계속 풀고 금리를 낮추면 돈이 돌면서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돈을 풀더라도 사람들이 그 돈을 저축하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많아서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축을 하기 시작한다. 돈이 생겨도, 정부가 기본소득으로 돈을 나눠줘도 모두 저축을 한다. 돈이 돌지 않으면 경기는 살아나지 못한다.

예를 들어보자. 집에 차가 한 대 뿐이라도 아침엔 엄마가 잠깐 쓰고 오후엔 그 차를 아들이 잠시 가져가서 쓰다가 아빠 회사 앞에 세워두면 아빠는 퇴근길에 그 차를 타고 집에 올 수 있다. 그렇게 차가 활발하게 교환되면서 돌면 차가 한대라도 그 집은 아무 문제없이 차를 쓸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차가 잘 돌지 못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차를 다른 가족들에게 빌려주려고 하지 않으면(돈으로 치면 이게 저축률이 높은 상황이다) 차가 여러 대라도 늘 차가 부족한 상황이 된다. 돈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돈을 쟁여두기 시작하면 돈을 아무리 풀어도 경기는 살아나기 어렵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축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돈이 돌지 않아 경기가 나빠지고 정부는 돈을 계속 풀고 이자율을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는 절대적인 게 아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겨서 돈을 소비하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결과가 달라지긴 한다. 그러나 점점 더 일자리는 줄어들고 물가는 내려가며 전통산업들이 빠르게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더 움츠러들게 될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지는 비교적 분명하게 예상할 수 있다.

정부가 돈을 계속 풀게 될 것이고 금리는 계속 낮을 것이고, 그리고 주식이나 암호화폐나 부동산이나 기타 다양한 자산의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다. 악순환이지만 이걸 깰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 게 지금 세상을 바라보는 꽤 많은 투자자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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