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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이진우의 외식&경제

미국의 경제뉴스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

월간 음식과 사람 2021. 6.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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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1.6 P.48] Marketing point_이진우의 ‘외식&경제’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경제와 관련이 있다. 그만큼 경제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장기 불황으로 허덕이는 외식업 경영자 처지에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경제 지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가게 일로 눈코 뜰 새 없더라도 잠시나마 경제와의 티타임을 가져보자. 경제를 알아야만 돈이 보인다.
editor 이진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photo shutterstock

미국의 경제뉴스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

미국은 언제쯤 금리를 올릴 것인가?

요즘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는 미국이 언제쯤 금리를 올릴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게 왜 중요하냐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주식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이든 어느 나라든 금리를 올리는 것은 경기가 좋기 때문에 올리는 것이지만 주가는 경기가 좋아서 올라가는 힘보다는 금리가 올라가서 불안해지는, 그래서 아래로 떨어지려는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시장은 믿고 있다.

시장이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주가가 올라온 이유가 저금리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한 해 이익이 100억 원쯤 되는 기업의 시가총액은 1000억 원 언저리인 것이 일반적인데, 금리가 낮아지면 이익이 똑같이 100억 원이더라도 기업의 시가총액이 더 높이 올라간다.

이건 오피스텔이나 상가 시장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중금리가 10%쯤 되면 1년 월세로 1억 원이 들어오는 상가의 가격은 10억 원을 넘기 어렵지만 시중금리가 1%로 낮아지면 월세로 1억 원이 들어오는 상가의 가격은 100억 원에 육박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S&P500 지수에 속하는 500개 기업의 주가는 10년 전인 2010년만 해도 1년 이익의 20배쯤에서 형성됐지만 지금은 1년 이익의 44배 정도다. 그 덕분에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꽤 많이 올랐다. 기업 실적이 좋아져서 오르기도 했지만 주가는 기업 실적이 좋아진 정도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는데 그 이유는 저금리 때문이었다. 그래서 금리가 올라가면 주가를 부양하던 저금리 환경이 사라지고 주가가 떨어질 거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언제쯤 올릴 것이냐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시장은 믿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의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고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격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금리가 언제쯤 오를 것인지에 대해 이래저래 다들 관심이 많다.

참고로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는 0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작년 이맘때 1.5%이던 금리를 0%로 내렸다. 이제 이 금리를 언제쯤 올리느냐가 관심거리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면 요즘 미국에서는 물가도 꽤 오르고 임금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의 미국 생산자물가지수와 도매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2%씩 올랐다. 소비자물가도 1년 전보다 4.2%가 올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작년과 비교하면 당연히 물가가 오르는 게 상식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훨씬 많이 오른 것이다.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이니 금리를 올릴 만도 하다.

물가 상승세의 지속 여부 판단하기 어려워

그럼 미국은 그냥 금리를 올리면 될 것 같은데 왜 머뭇거리고 있을까? 미국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건 이런 물가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잠시 이러다 말 것인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느냐 마느냐는 경기가 뜨거우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되고 경기가 뜨거우냐 아니냐는 대개 물가를 보고 판단한다. 그런데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긴 한데 만약 잠시 이러다 만다면 경기가 뜨거운 게 아니라 잠시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가라앉는다는 뜻이니 금리를 올리면 안 된다. 그래서 요즘 오르는 물가가 본격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는 시발점인지 아니면 일부 예외적인 요인에 따른 결과인지를 두고 전 세계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모두 출동해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경제 상황을 판단하기가 전문가들조차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가가 오르는 게 일시적이고 좀 이러다 말 것이라는 주장의 논거는 몇 가지가 있는데 모든 상품의 물가가 골고루 오르는 게 아니라 일부 공급 부족이 나타나는 상품의 물가만 유독 높게 오르고 있다는 게 대표적인 주장이다. 예를 들면 요즘 미국의 물가를 들어올리는 것은 생필품 가격이 아니라 중고차 가격이다. 자동차용 반도체가 부족해서 새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자 중고차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4월의 소비자물가가 3월보다 더 오른 폭의 3분의 1은 이 중고차 가격 급등 때문이다. 그러니 요즘 오르는 물가가 경기가 뜨거워져서 생긴 현상이라고 보기엔 아직 미심쩍은 것이다. 이러다가 다시 자동차용 반도체가 공급되기 시작하면 물가는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물가가 오르는 요인은 또 있는데, 대표적인 게 항공요금이고 그 다음이 숙박요금이다. 항공요금은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승객들의 좌석 배치를 최대한 넓게 띄우다보니 생긴 일이기도 하고, 요즘 항공기를 타고 다니는 손님들은 요금이 싸건 비싸건 꼭 다녀야 하는 사정이 있는 손님들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비싸게 요금을 부르면서 생긴 일이기도 하다. 여관·호텔 등의 숙박요금은 종업원을 구하기 어려워 문을 아직 열지 못하는 호텔들이 많아서 크게 올랐다고 한다. 물가가 오르는 게 경기가 좋아진다는 의미라고 바로 연결시키기엔 좀 미심쩍게 생각되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요즘 기업들이나 자영업자들이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을 두고도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지난해 4월에 발생하면서 4월 한 달 동안 일자리가 2500만개나 사라졌다. 그 이후에 경기가 회복됐지만 그렇게 사라진 일자리 중 1000만개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1000만 명의 실업자가 존재한다는 뜻인데 여기저기서 직원을 뽑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실제로 미국의 채용공고 건수는 지난 3월에 8123000건으로 전월보다 7.9% 늘었다. 하지만 실제 채용은 공고 대비 210만 명이나 적었다.

그 이유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해석이 다르다. 공화당은 민주당 정부가 실업자들에게 제공하는 실업수당이 너무 많은 게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실제로 미국은 요즘 실업자들에게 일주일에 387달러씩 주고 있고 여기에 연방정부의 부양책으로 주당 300달러를 더 주고 있다. 한 달이면 2748달러로 우리 돈으로는 300만원이 넘는다. 최저임금을 받는 일자리라면 취업하지 않고 실업수당을 받는 게 낫다.

그러나 다른 목소리들도 있다. 근로자들이 구인공고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취업을 하지 않는 것은 학교가 쉬면서 여성들이 일터로 나오지 못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이를 학교나 육아시설에 맡겨야 출근을 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문을 아직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 출근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걸 두려워하는 근로자들이 아직 많다는 주장도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취업자 통계를 보면 새로 취업하는 사람 자체가 적다기보다는 취업을 했다가 그만두고 나가는 경우가 꽤 많다.

어떤 이들은 미국에서 요즘 직원을 못 구하는 곳이 대부분 식당이나 숙박업 같은 저임금 파트타임 일자리라는 점에서 구인난이 경기과열의 신호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의 일자리 통계를 우리가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는 미국의 일자리 사정이 타이트해져서 임금이 올라가면 그건 경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 앞서도 설명했듯이 그게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부동산에도 영향을 준다(주로 나쁜 영향을 준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구인난이 일부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저임금 업종에 국한되고 있어서 그게 다른 일자리에도 퍼질 가능성은 적으며, 그래서 이런 상황이 금리 인상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편의점들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 어렵게 되고 그래서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그게 회사원의 임금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일자리와 회사원들의 일자리는 서로 넘나들기 어려운 절연된 시장이기 때문이다.

엇갈리는 경제뉴스들을 유심히 살펴라!

지금까지 요즘 미국에서 발표되는 몇 가지 중요한 통계와 뉴스들을 살펴봤다. 그걸 우리가 살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신호들이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을 추측하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어서 금리를 올릴 것인지 아닌지는 쉽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쪽이든 결론을 쉽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이 글의 주제이기도 하지만 당분간은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정보이기도 하다. 그래야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다양한 뉴스들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속거나 흔들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달간은 경기가 매우 좋고 물가가 오른다는 뉴스와 그렇지 않다는 뉴스가 계속 엇갈리면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진우 경제 팟캐스트 신과 함께를 제작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의 대표이자 MBC 라디오의 경제 프로그램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다. 이데일리와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대표 저서로 <거꾸로 읽는 경제학>, <친절한 경제상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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