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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시장의 키워드, 비트코인과 테슬라 주식의 가치 논쟁 본문

음식과 사람/이진우의 외식&경제

재테크 시장의 키워드, 비트코인과 테슬라 주식의 가치 논쟁

월간 음식과 사람 2021. 4.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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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1.04 P.62 Marketing point_이진우의 외식&경제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경제와 관련이 있다. 그만큼 경제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장기 불황으로 허덕이는 외식업 경영자 처지에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경제 지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가게 일로 눈코 뜰 새 없더라도 잠시나마 경제와의 티타임을 가져보자. 경제를 알아야만 돈이 보인다. editor 이진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 photo shutterstock

재테크 시장의 키워드 ,  비트코인과 테슬라 주식의 가치 논쟁

거품인가, 거품이 아닌가

요즘 재테크 시장에서 제일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는 두 가지는 비트코인과 테슬라 주식이다. 이 둘은 공통점이 있는데, 하나는 최근 1년 사이에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둘의 가격이 거품이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이들의 가격이 거품이라는 주장과 거품이 아니라는 주장을 모두 들어보면 비트코인과 테슬라가 왜 논란의 중심에 서 있게 됐는지 저절로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두 자산에 대해 자세히 한번 알아보자.

우선 비트코인. 이건 처음에는 화폐의 대용품으로 쓰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화폐라고 하면 동전이나 지폐를 떠올리지만 이 비트코인은 형태가 없는 디지털 방식의 화폐여서 비트코인을 주고받는 것은 온라인으로 서로 송금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서로의 계좌에서 숫자만 오고간다. AB에게 5만 원을 보내면 A의 계좌에서 5만 원이 사라지고 B의 계좌에 5만 원이 추가되듯이 AB에게 1비트코인을 보내면 A의 계좌에서 비트코인 한 개가 사라지고 B의 계좌에 비트코인 한 개가 생긴다.

비트코인을 주고받는 것과 온라인 뱅킹과의 차이는 중앙 서버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우리가 온라인 뱅킹으로 은행 통장에서 5만 원을 상대방에게 보내면 A의 계좌에서 B의 계좌로 5만 원이 이동했다는 사실이 은행 본점 서버에 기록되고 은행 본점이 그 거래를 승인하는 것으로 송금이 완료된다. 그리고 그런 거래를 한 AB로부터 송금수수료 등을 받아서 은행 본점 서버를 운영하고 기록을 남기는 비용을 충당한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오가는 과정에는 그걸 관리하는 은행 본점 같은 게 없다. 그냥 각자 알아서 서로 보내고 받는 것이다. 그럼 비트코인을 받은 사람이 받은 적이 없다고 우기거나 코인을 보내지 않고 보냈다고 주장하는 경우엔 어떻게 할까. 그걸 막기 위해 비트코인은 A의 비트코인이 B에게 이동했다는 그 사실을 전 세계의 비트코인 사용자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장부에 기록한다. 그 기록은 전 세계의 자원봉사자들이 자신들의 개인 컴퓨터를 동원해서 한다. 그러니 은행 본점과 같은 중앙기관도 없고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당연히 아니 그럼 자원봉사자들은 아무 대가도 없이 왜 자기 컴퓨터를 동원해서 그런 기록을 해주느냐고 물을 것이다. 좋은 질문이다. 실제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그런 장부 기록 작업의 대가로 비트코인을 준다. 장부를 기록하고 비트코인을 받는 일을 그들은 채굴이라고 부르는데,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함께 쓰는 공동장부에 그런 거래를 기록하면 비트코인이 생기도록 시스템이 설계됐다. 그래야 은행 본점 같은 중앙기관에서 아무도 일을 하지 않아도 이런 온라인 화폐 시스템이 작동하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남들이 비트코인을 서로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장부에 기록해주고 그 대가로 본인도 비트코인을 받아서 그걸로 뭔가를 구입하고, 누군가는 또 그 사람이 비트코인으로 뭔가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장부에 기록하고 그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고 그 코인을 또 누군가에게 보내주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게 비트코인의 생태계다.

비트코인의 적정 가격 계산은 불가능

그럼 비트코인 한 개의 가격은 왜 수천 만 원이나 되는가. 이 부분이 논란의 핵심인데 이건 비트코인이 2100만 개까지만 생성되고 더 이상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가정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다. 원래 비트코인은 그렇게까지만 만들어지고 더 만들어지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그 사실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처음에는 그래서 비트코인이 전 세계의 화폐를 대체하게 될 텐데 전 세계의 화폐를 2100만 개로 나누면 그 한 개의 가격이 얼마나 비싸지겠느냐는 논리로 비트코인 가격이 뛰었다. 그러나 그 논리엔 결정적인 오류가 있었다. 화폐는 그 양이 정해져 있으면 화폐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화폐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그게 화폐의 기능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렇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은행에 1억 원을 예금하고 가면 은행은 B라는 고객에게 그 1억 원을 대출해줄 수 있다. 그런데 그다음 날 A가 그 예금 1억 원을 다시 찾으러 오면 어떻게 될까. 은행은 그렇다고 B라는 고객에게 전화해서 어제 빌려간 1억 원을 다시 가져오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은행이 1억 원을 창조해서 A의 통장에 1억 원이라고 찍어준다. 수표로 달라면 수표로 주고 현금으로 달라면 현금으로 준다. 그 순간 1억 원이라는 돈이 생긴 것이다.

전 세계의 화폐의 양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그건 누군가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화폐의 양을 정해놓고 딱 그만큼만 유통한다고 하면 아무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서로 주고받은 후에 장부에 기록하는 데 10분가량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화폐로 사용하는 것 자체도 불편하다. 편의점에서 콜라를 한 병 사고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계산대 앞에서 10분을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폐의 기능이 불가능한 비트코인이지만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이제 그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gold)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부 비트코인 소유자들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주장하고 그 논리에 동의하는 투자자들이 그걸 사들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가격이 올라가는 중이다. 올해 연말 안에 한 개에 1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손톱보다 작은 크기인 1그램에 6만 원이 넘는 순금이 왜 그렇게 비싸게 거래되느냐고 물으면 그냥 사람들이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수밖에 없다. 금이 비싼 것은 그 어떤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마치 모나리자 그림이 50억 원에 거래되는 것도 그걸 사고파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과 동일하다.

그럼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은 대단히 중요한 질문이지만 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보통 자산의 가격은 그 자산이 가져오는 현금 흐름에 따라 다른데 비트코인은 현금 흐름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년에 10억 원을 버는 기업이나 식당은 약 100억 원에 거래된다는 식의 기준이 있고 빈 땅은 저 땅에 상가를 지으면, 또는 저 땅에 농사를 지으면 어느 정도 벌 수 있으니 저 땅의 가격은 얼마라는 식의 계산이 가능하지만 금이나 그림이나 골동품이나 비트코인은 그걸 설명할 계산법이 없다.

연말이면 1억 원이 넘을 것이다, 또는 6000만 원이 될 것이다, 또는 폭락할 것이다 등의 전망은 뾰족한 근거가 없는 느낌일 뿐이다. 다만 사람들이 그런 전망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가격 근방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을 끌어올리거나 끌어내리고 있을 뿐이다. 결론.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논리가 퍼지면서 오르고 있는데 그런 자산은 적정 가격을 계산하는 건 불가능하며 오로지 그때그때의 수급에 따라 가격이 변한다.

거품일 수도, 저평가 상태일 수도 있는 테슬라 주가

다음은 테슬라.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700조 원이 넘는데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높다. 2위인 도요타의 시가총액이 200조 원 남짓이니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자동차업체들 가운데 시가총액 2위부터 6위까지의 시가총액을 다 더해도 테슬라를 넘지 못한다. 테슬라가 적어도 주가 측면에선 압도적이라는 의미다.

그럼 테슬라가 다른 자동차 회사들보다 돈을 많이 버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자동차를 제일 많이 팔긴 하지만 이익은 보잘것없다. 지난해 처음으로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그 이익 규모는 약 7억 달러다. 시가총액은 7000억 달러에 가까우니 이익의 1000배 정도 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다. 도요타는 20조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시가총액은 200조 원 정도이니 보통 자동차 회사들은 이익의 10배 정도를 그 기업의 기업 가치로 본다.

테슬라의 주가(시가총액 700조 원)가 설명되려면 몇 년 후엔 테슬라의 이익이 70조 원 수준이어야 하는데, 그 말은 연간 7000만 대 정도 팔리는 전 세계 승용차 시장의 절반을 테슬라가 장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50만대 정도의 전기차를 판매한 테슬라가 몇 년 안에 3500만 대의 차를 팔 수 있을까. 전 세계 판매량 1위인 폭스바겐이 지난해에 판 자동차는 900만 대 남짓이다.

이런 테슬라의 주가를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하는 논리는 이렇다. 일단 테슬라가 자율주행에 성공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자율주행은 매우 어려운 기술인데 테슬라가 가장 앞서 있고 후발주자는 따라오기 어렵다는 점도 가정해보자. 그럼 이런 일이 일어난다.

자율주행차는 말 그대로 자율주행이 가능하므로 주차장에 세워놓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우버 같은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다. 무인 택시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택시는 하루에 20만 원 정도를 번다. 1년이면 약 7000만 원, 5년을 탄다고 가정하면 테슬라의 자동차는 스스로 벌어오는 돈이 35000만 원이나 된다. 테슬라 자동차가 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자동차값을 4억 원을 불러도 기꺼이 구매하게 된다.

테슬라 자동차를 3억 원에 파는 건 공짜로 주는 것과 비슷한 셈이니 다른 경쟁 차종은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다. 그 누구라도 테슬라 자동차를 사는 게 합리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전 세계 자동차의 절반이 테슬라인 것도 꿈이 아니고, 대당 200만 원 정도 마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대당 2억 원 이상의 마진이 생길 테니 시가총액은 7경 원 정도 돼야 한다는 게 테슬라의 가치를 칭찬하는 그룹의 논리다.

결론. 테슬라의 주가는 매우 거품일 수도 있고 상상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저평가돼 있을 수도 있다. 그 관건은 자율주행을 어느 정도 완벽하게 구현하느냐, 그리고 경쟁 자동차 회사들이 얼마나 빨리 따라오느냐 아니면 따라오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요즘 재테크 시장의 키워드인 두 자산, 비트코인과 테슬라 주식의 가치 논쟁은 이렇게 극단적이다. 어찌 보면 휴지조각이기도 하고 반대로 수억 원의 가치를 지닐 수도 있는 비트코인, 100분의 1토막이 나도 괜찮을 만한 고평가된 자동차 회사이지만 꿈이 이뤄진다면 100배의 상승도 설명할 수 있는 테슬라. 그래서 이 두 자산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는 게시판에는 때로는 상대를 공격하는 욕설과 비난이 난무하기도 한다.

이진우 경제 팟캐스트 신과 함께를 제작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의 대표이자 MBC 라디오의 경제 프로그램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다. 이데일리와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대표 저서로 <거꾸로 읽는 경제학>, <친절한 경제상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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