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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이진우의 외식&경제

잘사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월간 음식과 사람 2021. 2.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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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1.02 P.58 Marketing point_이진우의 외식&경제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경제와 관련이 있다. 그만큼 경제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장기 불황으로 허덕이는 외식업 경영자 처지에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경제 지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가게 일로 눈코 뜰 새 없더라도 잠시나마 경제와의 티타임을 가져보자. 경제를 알아야만 돈이 보인다. editor 이진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 photo shutterstock

음식과 사람 2월호_이진우의 외식경제

빠른 속도로 미국 따라잡는 중국

중국이 잘살까 미국이 잘살까,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미국이 더 잘사는 나라라고 답한다. 정답이다. 그런데 질문을 좀 바꿔서 미국의 경제 규모가 더 클까 중국의 경제 규모가 더 클까, 이렇게 물으면 약간 머뭇거리게 된다.

미국이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라는 말은 자주 듣긴 했지만 중국은 인구가 14억 명이고 미국은 3억 명인데 그래도 14억 명의 인구가 생산하는 게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도 아직은 미국의 경제 규모가 더 크다.

미국의 경제 규모가 더 크다는 건 미국인들이 1년간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중국인들이 1년간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금액으로 더 많다는 뜻이다.

요즘 나온 최신 뉴스를 잠시 전하자면, 원래는 2030년쯤 중국이 경제 규모 면에서도 미국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됐었지만 2028년쯤으로 그 시기가 좀 더 당겨졌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작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락한 반면 중국은 2.3% 성장하면서 미국과의 격차를 한걸음 더 줄인 덕분이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오는 속도는 몹시 빠른 편이다. 중국이 뒤에서 오고 있지만 보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2008년 당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31%밖에 되지 않았지만 2019년엔 67%, 2020년엔 71% 수준으로까지 성장했다. 10년쯤 후엔 중국과 미국의 경제 규모가 엇비슷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중국의 GDP가 이미 2014년에 미국을 앞질렀다는 통계도 있다. 자세히 읽어보면 구매력 기준(PPP, Purchasing Power Parity) GDP’가 그러하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구매력 기준 GDP라는 건 뭐기에 이번엔 중국이 미국보다 더 크다는 것일까.

좀 어렵게 느껴지는 구매력 기준 GDP라는 경제 통계를 굳이 자세하게 곱씹어보려는 이유는 그걸 통해서 어떤 나라의 경제가 좋다는 것 또는 어떤 나라가 잘 산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덤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의 경제력이 어느 수준인지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GDP는 아직 미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의 구매력 기준 GDP는 미국을 이미 추월했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GDP의 간단한 개념을 먼저 짚고 가야 한다.

어떤 나라의 GDP1년 동안 그 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모두 더한 값이다. 물론 그 나라에서 생산됐지만 원재료나 부품은 수입하기도 하고 다 만든 제품을 수출해버리기도 하므로 그 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총합에서 수출액은 더하고 수입액은 빼줘야 한다. 그러나 대개의 나라에서는 수출액과 수입액이 비슷하므로 GDP는 수출과 수입은 빼고 그냥 1년 동안 그 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돈 되는 것들’, 예를 들면 빵이나 자동차, 마사지 요금 등에 붙은 가격표의 총합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모든 중국인들과 미국인들이 다른 경제활동은 일체 하지 않고 1년 내내 오로지 자동차만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중국도 1년에 100만대의 자동차를 만들고 미국도 100만대의 자동차를 만든다.

똑같이 100만대의 자동차를 만드니 얼핏 보면 두 나라의 경제력(경제 규모)은 같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이 만든 미국산 자동차는 대당 10만 달러이고 중국이 만든 중국산 자동차는 대당 5만 달러에 팔린다면 미국의 GDP10만 달러 곱하기 100만대여서 금액으로는 1000억 달러다. 그런데 중국의 GDP500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니 미국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2배다. 이런 방식의 계산법이 보편적인 GDP 비교법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두 나라의 경제 규모를 비교하면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70% 수준이다.

‘구매력 기준 GDP’의 개념

그렇다면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는 구매력 기준 GDP란 어떤 개념일까. 그걸 이해하려면 여기서 잠시 중국의 자동차가 왜 5만 달러에 팔리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1달러는 중국 돈으로 7위안이므로 5만 달러는 중국 돈으로 약 35만 위안이다.

사실 중국은 중국산 자동차가 달러로는 몇 달러에 팔릴 것인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35만 위안을 들여서 차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35만 위안이 달러로 환산하니 5만 달러가 됐을 뿐이다. 환율이 달라서 1달러는 3.5위안 정도였다면, 그래서 35만 위안이 달러로 환산했을 때 10만 달러가 됐다면 중국산 자동차의 가격도 달러로는 10만 달러였을 것이고 그러면 미국과 중국의 경제 규모는 같았을 것이다. 그러니 중국의 GDP가 미국의 GDP보다 낮은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1달러가 3.5위안이 아니라 7위안이라는, 달러-위안 환율 때문이다.

그럼 1달러는 어쩌다가 3.5위안이 아니고 7위안이 됐을까. 그건 미국과 중국의 교역의 결과다. 처음엔 1달러가 1위안이었을 수도 있지만 중국은 산업이 발달하지 못해서 미국에 아무것도 팔 게 없고 오히려 미국에서 사오고 싶은 상품만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수입해오는 제품이 많았고, 그러면 중국 외환시장엔 달러는 부족하고 달러를 구하려는 수요가 넘쳤을 것이다. 처음엔 1달러를 구하려면 1위안을 주면 됐었지만 달러의 가격이 오르다보니 1달러가 7위안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 중국이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도 왜 중국은 미국에 팔 제품이 없었을까. 중국이 만들어내는 상품은 예를 들면 이발 서비스 또는 마사지 서비스 등 미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는 비교역재였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의 저렴한 이발 서비스나 가성비 높은 마사지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다면 미국인들은 앞 다퉈 중국산 마사지 서비스를 사들였을 것이고 중국 외환시장엔 이발 서비스와 마사지 서비스를 수출하고 받아온 달러가 넘쳐났을 것이다. 외환시장에 공급된 달러가 흔하니 달러의 가격은 1달러에 3.5위안 정도로 낮아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선 좀 억울하다고 생각되지 않겠는가. 미국이 생산하는 것은 자동차나 라디오, 기계 같은 무역이 가능한 교역재들이고 중국이 생산하는 마사지 서비스, 이발 서비스 등은 무역이 불가능한 비교역재라는 차이가 있을 뿐인데 두 나라 사이의 환율은 주로 미국이 많이 생산하는 교역재의 무역 결과에 따라 정해진다. 그래서 두 나라 사이의 환율은 1달러가 7위안인 것이다.

이건 마치 어떤 학생은 공부를 잘하고 운동은 잘 못하지만 다른 학생은 공부를 잘 못하는 대신 운동을 잘하는데 대입 시험은 공부의 결과로 측정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대입 성적으로 학생들의 수준과 자질을 판단하면 늘 오류가 생긴다. 어떤 나라의 GDP를 달러로 환산한 금액으로 그 나라의 경제력을 판단하면 마찬가지 오류가 생긴다는 말이다.

대학입시를 공부 성적이 아닌 운동 성적으로 치른다면 합격자가 달라지듯이, 중국이 생산하는 비교역재들도 만약 무역을 할 수 있다면 두 나라 사이의 환율은 1달러가 3.5위안 정도가 되는 게 맞고 사실 두 나라 사이의 환율(1달러=7위안)은 중국 돈 위안화의 가치가 실제보다 저렴하게 평가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경제력, 물가 감안하면 미국보다 더 커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발달한 후진국들은 수출을 못하는 비교역재를 생산하기 때문에 후진국들의 화폐 가치는 실제보다는 저평가된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가 1인당 소득이 100달러(우리 돈으로 약 11만원)에 불과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1년에 11만원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실제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11만원으로도 충분히 살아간다. 그 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면도기, 자동차, 물컵 등의 교역재는 비싸게 구입해야 되지만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식량이나 각종 서비스는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그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한 시간 내내 마사지를 해도 달러로 환산한 돈으로는 단돈 1달러를 벌 뿐이니 그 나라의 GDP는 달러로는 매우 낮게 측정되고 그 나라 사람들의 소득은 그 나라에 불리하게 형성된 환율로만 보면 매우 낮아 보인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이 생산해내는 각종 서비스들의 가치가 낮아 보이지만 그건 앞서 설명한대로 교역재를 사고팔면서 형성된 비합리적인 환율로 측정한 결과일 뿐이다.

만약 그 나라 사람들이 생산해내는 가성비 뛰어난 각종 서비스들도 무역으로 교환할 수 있다면 그 나라의 환율은 그 모양 그 꼴이 아니었을 것이고, 그러면 그 나라 사람들이 한 시간 내내 마사지를 해서 버는 돈도 달러로 환산하면 단돈 1달러보다는 훨씬 높은 금액이 됐을 것이다. 그러니 달러로 환산해서 표기한 그 나라의 GDP 규모도 틀린 숫자가 된다. 환율이 제대로 정해지면 마사지 가격이 1달러가 아니듯 환율이 제대로 정해지면 실제 GDP는 훨씬 높아진다. 그게 구매력 기준 GDP.

즉 생활 서비스 물가가 저렴한 중국이나 아시아·아프리카 대륙의 나라들은 그들이 생산해내는 서비스의 달러 환산 가치가 매우 저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물가가 비싼 유럽이나 일본 같은 나라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상품의 달러 환산 가치에 거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대만의 1인당 GDP2만 달러이고 독일의 1인당 GDP5만 달러지만 대만의 물가수준은 독일의 5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5만 달러를 버는 독일인과 2만 달러를 버는 대만인은 생활수준이 비슷하다. 그 이유는 대만의 물가 수준이 독일의 5분의 2에 불과하기 때문인데, 그렇게 된 이유는 대만의 생활 서비스가 비교역재이기 때문이고 대만과 독일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서로 같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 비교로 다시 돌아가 보자. 미국은 10만 달러짜리 자동차를 100만대 생산하고 중국은 5만 달러짜리 자동차를 100만대 생산한다면 얼핏 보면 두 나라의 경제 규모는 미국이 중국의 2배일 것 같지만 만약 중국의 물가가 미국의 2분의 1 수준이라면 그걸 반영한 구매력 기준 GDP는 중국과 미국이 동일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계산한 구매력 기준 GDP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 만약 중국의 인구가 미국의 인구와 같다면 양국의 물가를 감안한 중국인의 생활수준은 미국인의 생활수준보다 높다는 뜻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물가가 저렴한 나라는 그들의 경제 규모 또는 경제력을 판단할 때 가산점을 더 줘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이 그 사례다.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미국보다 작지만 물가를 감안하면 미국보다 더 크다.

이진우 경제 팟캐스트 신과 함께를 제작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의 대표이자 MBC 라디오의 경제 프로그램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다. 이데일리와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대표 저서로 <거꾸로 읽는 경제학>, <친절한 경제상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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