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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까? 본문

음식과 사람/이진우의 외식&경제

자산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까?

월간 음식과 사람 2021. 7.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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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1.7 P.84]Marketing point_이진우의 ‘외식&경제’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경제와 관련이 있다. 그만큼 경제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장기 불황으로 허덕이는 외식업 경영자 처지에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경제 지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가게 일로 눈코 뜰 새 없더라도 잠시나마 경제와의 티타임을 가져보자. 경제를 알아야만 돈이 보인다.
editor 이진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 photo shutterstock

자산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까?

‘저금리→대출 증가→통화량 증가’라는 흐름

아파트 가격도 오르고 주식도 오르고 암호화폐도 오르고, 자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오르는 시대가 됐다. 우리의 궁금함은 이게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현상인지에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쪽으로 점점 더 쏠리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자산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라면 왜 10년 전, 20년 전엔 안 그랬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어떤 변화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나타난 것일까.

자산 가격이 오르는 메커니즘을 설명하자면 대략은 이렇다. 일단 시작은 저금리에서 출발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아니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때문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고 유럽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로 접어들었다. 한국은행의 금리도 0.5%까지 내려가 있다.

저금리는 대출을 늘리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대출이 늘어나면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난다. 대출이 늘어나면 통화량이 늘어나는 메커니즘은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A라는 사람이 월요일에 은행에 와서 1억 원을 예금하고 간다. 은행 금고에는 1억 원이 생겼다. 그런데 화요일에 B가 와서 1억 원의 대출을 신청한다. 은행은 B에게 1억 원의 대출을 해줬다. 이제 B는 그 1억 원으로 1억 원짜리 스포츠카를 살 수 있다. 그런데 수요일에 A가 다시 은행으로 와서 월요일에 맡긴 예금 1억 원을 달라고 한다. 은행은 과연 1억 원을 내줄 수 있을까. 어제 B에게 1억 원을 빌려줬으니 은행 금고에는 1억 원이 없을 텐데.

그런데 놀랍게도 은행은 A에게 1억 원의 돈을 내줄 수 있다. 그냥 A의 통장에 1억 원이라고 인쇄해서 주면 된다. 물론 그 1억 원을 현금으로 달라고 해도 현금으로 준다. 은행은 이렇게 새로운 돈을 창조할 수 있다. 이걸 은행의 신용 창출 기능이라고 부르는데, 요점은 사람들이 대출을 많이 받으면 그렇게 대출을 받는 만큼 세상에는 없었던 돈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금리대출 증가통화량 증가라는 흐름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늘어난 통화량은 사람들의 주머니로 들어가서 사람들의 소비를 자극한다. 안 사던 TV를 사고 휴대전화를 최신형으로 바꾸고 가구를 사고 집을 산다. 경제는 이렇게 살아난다.

이 대목은 왜 모든 사람들이 50년 전보다는 조금씩이라도 더 잘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해결하게 해주는 힌트를 담고 있다. 실제로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의 소득상위 20% 집단과 소득하위 20% 집단의 소득 증가율을 비교해보면 고소득계층은 연평균 1.9%, 저소득계층은 연평균 1.2%의 소득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경제 시스템 속에서도 저소득층의 소득조차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모든 이들의 소득이 늘어난다는 건 사회 전체의 부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건 돈의 양(통화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늘어난 여윳돈과 그에 따른 자산 가격의 상승

문제는 여기서 과거와는 다른 형태가 나타나는데 그게 바로 소비 대상의 양극화다. 과거에는 통화량이 늘어나서 사람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지면 소비가 늘긴 하는데 그 늘어나는 소비의 대상이 매우 다양했다. 시장에서 국밥을 사 먹기도 하고 옷을 사기도 하고 집에 도배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소비가 발생하는데, 그 혜택을 수많은 자영업자들과 기업들이 골고루 입었다. 그런데 최근의 소비 형태는 좀 달라졌다.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새로 사기는 하는데 아이폰이나 삼성전자 휴대폰을 주로 산다. 집을 사도 고급 아파트를 사고 가구를 사도 비싼 명품 가구를 산다. 가성비가 뛰어난 가구를 사더라도 이케아 가구를 사지 시장에서 파는 가구를 사지는 않는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사람들의 소비가 일부 상품으로 집중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일부 상품은 매우 가성비가 뛰어난 좋은 제품이다.

과거에는 정보통신의 발달이 요즘 같지 않아서 어떤 상품이 좋은 상품인지에 대한 정보가 유통되기 어려웠지만 요즘은 좋은 제품을 만나면 그 물건에 대해 매우 자세히 자랑을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좋은 자랑 수단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금방 그 제품에 대해 알게 된다. 즉 가성비가 뛰어난, 괜찮은,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상품들은 열심히 광고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 최근 몇 년 사이의 중요한 변화다.

이런 흐름은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불러온다. 휴대폰이 많이 팔리긴 하는데 아이폰과 삼성 폰만 잘 팔리는 것이다. 옷이 잘 팔리긴 하는데 나이키나 룰루레몬 같은 브랜드 옷만 잘 팔린다. 저렴한 옷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유니클로나 H&M 같은 브랜드 패션을 찾는다. 소비가 늘어서 기업들이 돈을 벌긴 하는데 매우 일부의 기업들만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나쁜 결과는 아니다. 소비자들이 여러 상품 중에서 정말 내 맘에 들고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좋은 상품들을 쉽게 고르고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시장에서 팔던 2만 원짜리 티셔츠보다 유니클로에서 파는 2만 원짜리 티셔츠가 품질이나 디자인이 더 좋은 게 사실이다. 사람들은 같은 돈을 내고도 더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으니 세상이 좋아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양극화로 나타난다.

저금리대출 증가통화량 증가소비 증가양극화로 이어지는 흐름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다음은 다시 저금리로 이어진다. 양극화로 일부 기업, 일부 계층만 돈을 벌게 되면 그 그룹에 속하지 못한 기업이나 소비자는 대출을 더 받아야 되기도 하고, 양극화로 돈을 번 기업이나 소비자들은 갑자기 생긴 여윳돈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야 하는데, 여윳돈의 규모는 양극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커지지만 그 여윳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물론 생계가 어려운, 양극화의 그늘에 가려져서 형편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이나 기업들은 존재하지만 그들에게는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 그러니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돈을 빌려줄 만한 안전한 대출처는 점점 줄어들고 여윳돈을 빌려주고 싶은 자금 공급자들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돈의 가격인 금리는 점점 더 내려간다. 다시 저금리가 되고 그다음은 지금까지 설명한 흐름대로 다시 순환하는 것이다.

이게 요즘 현대 경제 시스템이 돌아가는 구조다. 돈의 양이 늘어나고 누군가의 여윳돈이 늘어나고 그 바람에 저금리가 계속되는 이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늘어난 돈이 이자율이 낮은 예금보다는 어딘가로 투자될 수밖에 없다. 늘어난 여윳돈과 그에 따른 자산 가격의 상승이라는 상관관계 또는 인과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이런 구조가 좀처럼 깨지기 어려운 순환고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보유한 자산을 함께 보유하라

다시 이 순환고리를 살펴보자. 저금리대출 증가통화량 증가소비 증가양극화저금리, 이렇게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혹시 깨질 가능성은 없을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예를 들면 저금리가 대출 증가로 이어지는 고리는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이 어느 정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통화량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흐름도 경기가 매우 나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소비 증가가 양극화로 이어지는 것은 깨기 어렵다. 소비를 하되 좋아 보이는 것만 구매하지는 말라고 강제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할 것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과정에서 저금리가 아닌 고금리 상황이 오려면 경기가 매우 좋아야 한다. 투자를 하면 결과가 좋을 만한 유망한 산업이 여기저기서 많이 눈에 띄고 그래서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를 하려는 상황이 되면 금리는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도 역시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 자체가 좋은 투자 대상이기 때문이다.

저금리와 소비의 양극화 그리고 자산 가격의 상승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금까지 이어온 설명의 조심스러운 결론이다. 어떤 자산이 더 많이 오르고 어떤 자산이 덜 오를지를 추측하는 것이 그다음 단계가 되겠지만 사실 어떤 자산이 오를지를 맞히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들이 많이 사서 들고 있는 자산을 나도 함께 보유하면서 그 자산 가격의 부침을 함께 따라가는 게 더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부동산 자산에 70%, 금융자산에 30%를 나눠 보유하고 있으니 이 비율에 맞춰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게 혹시라도 있을 자산 가격 급등 리스크를 피하는 방법이다. 자산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 가장 위험한 리스크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자산의 가격이 갑자기 오르는 것이라는 걸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진우 경제 팟캐스트 ‘신과 함께’를 제작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의 대표이자 MBC 라디오의 경제 프로그램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다. 이데일리와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대표 저서로 <거꾸로 읽는 경제학>, <친절한 경제상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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