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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미래식량 곤충

월간 음식과 사람 2016. 10. 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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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Food & Ingredient

 

미래 식량 곤충

 

일상에서 곤충은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퇴치의 대상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곤충이 미래 식량이자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역시 곤충의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하며 미래 식량자원으로 지목했다. 식용 곤충이 대중화되면 작은 가축이라는 별칭처럼 오랜 기아 문제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editor 강보라 photo 동아DB, shutterstock

과거에 사람이 곤충을 먹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산과 들에서 채집이 가능한 메뚜기, 애벌레 등은 맛있는 간식 혹은 반찬으로 사용됐고, 아시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미 등에서는 곤충의 섭취 및 판매가 지금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노린재는 식용 곤충 중에서도 맛에서 가장 으뜸이다. 노린재는 잡혔을 때 자기 방어를 위해 화학물질을 내뿜는데, 그 성분이 요리로 만들어졌을 때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태국 북부지방에서는 노린재에 속하는 곤충인 물장군이 우리나라의 꼬치구이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물장군 복부의 끈적끈적한 방어물질은 맛있는 양념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메뚜기와 번데기를 먹는다. 사실 곤충 섭취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곤충을 먹어왔고, 지금도 전 세계 80%의 국가에서 곤충을 식재료로 사용한다. 식용 곤충 섭취는 원시적이거나 미개한 문화가 아니라 인류가 오랜 세월 쌓아온 전통 식문화 중 하나다. 중국, 태국, 일본, 멕시코 등 전 세계 20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2000여 종의 식용 곤충을 섭취한다. 식용 곤충 중에는 딱정벌레가 600여 종으로 가장 많고, 애벌레도 300여 종이나 된다. 잠자리와 파리는 물론 바퀴벌레를 먹는 지역도 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우리 조상들 역시 메뚜기와 번데기를 간식으로 삼았다. 번데기는 지금도 캔으로 가공된 제품이나 술안주 메뉴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구촌의 신기한 식용 곤충 어디까지 먹어봤니?

 

 

 

1. 감칠맛을 간직한 멕시코의 후밀

 

멕시코에서 곤충은 귀빈에게 대접하는 고급 음식으로 인식된다. 후밀은 길이가 1, 2cm쯤 되는 벌레로 노린재의 일종이다. 멕시코의 한 마을에서는 후밀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전통적으로 조상의 영혼이 다시 생명을 얻어 후밀로 태어났다고 여긴다. 후밀 축제가 열리면 마을 사람들은 다 함께 나뭇잎 아래를 뒤져 후밀을 잡는다. 후밀은 산 채로 먹거나 고추와 토마토를 함께 갈아 소스처럼 만들어 먹는다. 여기에 바삭하게 튀긴 토르티야(밀가루나 옥수수가루를 이용해서 빈대떡처럼 만든 음식)에 후밀 소스를 올려 먹는다. 정기적으로 후밀 퀸을 뽑는 미인대회도 열린다. 멕시코에서 곤충은 치료용으로도 활용된다. 갑상선종 치료에는 보통 노린재가 사용된다. 요오드의 부족으로 갑상선종이 발병하고 노린재에 많은 것이 요오드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빈혈은 메뚜기로, 류마티즘은 밀랍으로, 눈 낭종은 파리로 치료한다. 멕시코에서 곤충은 이처럼 치료제로도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2. 호주 원주민들의 별미 위체티

 

아이보리 빛깔의 애벌레인 위체티는 통통한 손가락과 닮아 있다. 위체티를 먹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모닥불에 던져 넣었다가 1, 2분 정도 익기를 기다린 뒤 기다란 막대기로 꺼낸다. 불 속에서 꺼낸 위체티를 후후 불어가며 재와 먼지를 털어내고 먹으면 된다. 이렇게 조리하면 구수한 숯불 향과 함께 위체티의 거죽이 바삭바삭해져 식감이 극대화된다. 위체티의 속살은 크림처럼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모닥불에 구운 위체티는 마치 땅콩으로 향을 낸 스크램블 에그와 부드러운 모차렐라 치즈를 페이스트리 빵에 끼워넣은 것 같은 맛을 낸다.

 

3. 달콤짭짤한 일본의 자자무시

 

자자무시는 수생곤충인 날도래의 유충이다. 자자무시는 간장과 설탕에 조려 먹는데, 꿈틀거리는 벌레들을 산 채로 끓는 물에 넣고 끓인다. 이대로 10분간 끓인 후 벌레 1kg에 간장 1컵과 설탕 3/4컵을 넣고 조린다. 일본에서는 채집 허가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자자무시를 잡을 수 있다. 겨울이 되면 한 사람이 하루 동안 2kg 정도 잡을 수 있도록 제한한다. 자자무시의 성충인 날도래 종들은 1년에 두 차례 번식을 하지만 여름에 나는 벌레들은 지방질과 탄수화물이 부족해서 먹지 않는다. 겨울에 볼 수 있는 벌레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지방과 탄수화물을 축적하기 때문에 맛이 좋다. 일본에서 자자무시는 통조림으로 가공한 뒤 유통돼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4. 추억의 음식이 된 발리의 잠자리

 

발리에서는 잠자리를 잡을 때 기다란 야자 줄기에 희고 찐득한 잭푸르트라는 나무의 진액을 묻힌다. 잠자리가 막대 끝에 닿으면 끈끈한 진액에 들러붙는 것이다. 잡은 잠자리는 나무줄기에 구슬 꿰듯 꿰어둔다. 다 잡은 뒤에는 코코넛 기름에 볶는다. 아이들은 바삭하게 볶은 잠자리를 과자처럼 먹는다. 잠자리 외에 벌의 유충도 즐겨 먹는데, 벌집을 끓여서 안에 있는 애벌레가 밖으로 나오게 한 뒤 그 애벌레를 코코넛 기름, 마늘, 양파, 고추, 레몬, 젓갈, 잘게 썬 그린 파파야 등과 함께 요리해서 먹는다.

 

5 짜릿한 맛을 선사하는 중국의 전갈

 

중국에서는 전갈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서 먹는다. 살아 있는 전갈을 먹기도 하는데 산 전갈을 먹을 때는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상태로 먹어야 한다. 이때는 힘이 좋은 전갈을 청주에 몇 분 담근 뒤 꼬리 끝의 침과 독주머니를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이처럼 날것으로 섭취할 때는 전문 조리사가 침과 독주머니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침이 아주 날카롭고 전갈의 독이 입 점막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갈을 먹었을 때 혀에서 치과 마취 주사를 맞은 듯한 맛과 느낌이 나면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 익혀서 요리하는 경우에는 전갈의 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독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열에 분해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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