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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이진우의 외식&경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경제 상식

월간 음식과 사람 2020. 11. 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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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0.10 P.48 Marketing point_이진우의 ‘외식&경제’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경제와 관련이 있다. 그만큼 경제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장기 불황으로 허덕이는 외식업경영자 처지에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경제 지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가게 일로 눈코 뜰 새 없더라도 잠시나마 경제와의 티타임을 가져보자. 경제를 알아야만 돈이 보인다.
editor 이진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 photo shutterstock

직관적으로 명확한 설명들을 조심하라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설명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사실과는 다른 설명이지만 그게 더 쉽게 받아들여지고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쉽다. 사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기 시작하면 의심 가득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할 각오를 해야 한다.

경제 현상을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선호한다. 그렇다 보니 경제 전문가들도 그렇게 설명하고, 사람들은 실제로 그게 그렇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자칫하면 그런 오해들 때문에 경제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거나 그런 오해 때문에 여러 투자 판단에서도 실수를 하게 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늘 직관적으로 명확한 설명들을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잘못 알고 있는, 또는 잘못 전파되고 있는 상식의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금리가 낮은 곳에서 금리가 높은 곳으로 자금이 이동한다는 설명은 아주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우리도 이자를 적게 주는, 즉 금리가 낮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서 금리가 높은 은행에 예금하려고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낮추면 금리가 낮아진 우리나라에서 돈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외국으로 빠져나가게 되며, 그 과정에서 환율이 오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돈은 그렇게 흘러다니지 않는다. 예를 들면 브라질은 기준금리가 2.0%인데 기준금리가 0.5%인 우리나라에서 돈이 빠져나가서 브라질로 가지는 않는다. 브라질은 기준금리는 높지만 브라질 돈 헤알화의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꽤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기준금리가 3.0%였는데 최근 몇 달 사이에 2.0%로 내렸다. 그런데 지난 5월보다 더 많은 해외 자금이 요즘 브라질로 들어가고 있다. 금리가 높은 곳으로 돈이 이동한다고 믿는다면 5월의 브라질보다 금리가 더 낮아진 9월의 브라질로 해외 자금이 더 많이 쏠리는 건 설명하기 어렵다.

인구가 줄어들면 집값이 내려간다?

금리가 낮은 곳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금리가 높은 곳으로 돈이 몰려든다는 설명은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부자이며, 수수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가난뱅이라는 설명과 비슷하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하게 보이는 게 두려워서 비싼 브랜드의 옷을 일부러 사서 입고 다니기도 하고, 부자들은 굳이 그런 허세를 부릴 이유가 없기 때문에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닐 수도 있다.

돈도 마찬가지다. 투자자금은 금리 하나만 보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금리가 낮아진 곳은 투자하기에 더 좋은 곳일 수도 있다. 금리가 낮다는 건 외국 자금이 빠져나갈지도 모른다는 걱정 없이 마음 편히 금리를 내릴 수 있을 만큼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방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터키는 지금 경제 상황이 매우 안 좋지만 기준금리는 무려 8.25%. 경제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금리마저 내리면 그나마 높은 이자를 바라고 들어온 외국인 자금들이 빠져나갈까 봐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하면 그렇지 않다. 불안한 터키의 상황 때문에 외국인 자금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으며, 외국인들이 내던지고 떠나간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1년 전에 비해 25% 이상 하락했다. 금리가 높거나 낮은 것과 투자자금이 이동하는 방향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직관적으로 명확하게 들리지만 사실과는 꽤 거리가 있는 명제의 또 다른 사례는 인구가 줄어들면 집값이 내려간다는 말이다. 집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수단이자 공간이므로 그 공간의 수요자인 사람들의 숫자(인구)가 줄어들면 그 집의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이해하기 쉬운 논리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결과가 그렇게 나타나지 않는다. 집값과 인구의 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식으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들 때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인구가 줄어들면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은 더 좁아진다. 사람들이 거주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상점 등 생활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인구가 줄어들면 그런 인프라를 운영해서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인구가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하면 이런 필수 인프라들이 운영되기 어려워지고 병원이나 상점이 없는 지역에서는 인구가 급속도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그 빠져나간 인구는 주변의 대도시로 흘러든다. 전체 인구는 줄어들지만 대도시 인구는 더 늘어나며 대도시의 주거공간 수요는 더 증가하게 된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사망하는 노인들의 숫자가 새로 태어나는 아기의 숫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고, 그건 그 나라가 노령화돼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아기보다 노인의 숫자가 더 많은 것이다. 아기는 적어도 3명의 가족과 함께 살지만 노인은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체 인구에서 노인의 비중이 늘어나면 가구 수가 늘어난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노인이 많다는 뜻이고, 그건 1인 또는 2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구는 감소하더라도 가구 숫자는 노인 가구들 덕분에 계속 늘어난다. 인구는 감소하더라도 그 인구가 머무는 데 필요한 주택의 숫자는 계속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집값은 오히려 더 오를 수도 있다.

집은 필수재이기도 하지만 금이나 주식 같은 투자용 자산이기도 하다. 금값이 인구의 변화와 무관하게 움직이듯 주택의 가격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생기기 시작하면 그 생각이 사라질 때까지 집값은 계속 오른다.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별 변수가 되지 못한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서 통화량이 늘어나고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는 설명도 언뜻 들으면 매우 설득력이 있고 이해하기 쉬운 그림이지만 실제는 사실과 다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돌아다니는 돈의 총량인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도와 무관하게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받아가면 통화량은 빠르게 늘어난다. 통화량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아니라 시중은행의 대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직관적인 경제 원리, 사실 아닌 이론일 경우가 대부분

한국은행 같은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건 돈을 찍어서 은행으로 보낸다는 의미다. 그런데 은행이 그 돈을 그냥 들고만 있고 은행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중앙은행은 아무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싶어도 시중으로는 돈이 한 푼도 나가지 못한다. 그럼 은행은 시중에 돈을 어떻게 공급할까. 길거리로 나가서 행인들에게 은행 직원들이 돈다발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면 은행이 시중에 돈을 공급할 방법은 대출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세상에 돈이 1억 원이 있고, 그 돈을 어떤 사람 A가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A가 그 1억 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은 잠시 후 은행 창구에 와서 대출을 신청한 B에게 그 1억 원을 대출해줄 수 있는데, 바로 그 대출이 발생하는 순간 세상에는 1억 원이라는 돈이 새로 공급되는 것이다. 1억 원을 예금한 A도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는 1억 원이 있고, 1억 원을 대출받은 B도 은행이 상환을 요구하기 전까지는 그 1억 원을 자기 돈처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세상에 풀려나와 돌아다니는 돈은 총 2억 원이다.

돈은 이렇게 늘어나는 것인데 우리는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야 시중에 돈의 양이 늘어나고, 그렇게 늘어난 돈이 돈 가치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의 가격이 올라간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돈을 발행하고 인쇄할 수 있는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찍어서 공급한다는 그림이 훨씬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이 흘러나와 시중에 풀리는 구조를 그렇게 이해하면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멈추면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대출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멈추더라도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활발하게 해주면 통화량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자산 가격 상승은 계속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는 건 중앙은행이 더 이상 지원하거나 관여하지 않아도 경제가 충분히 혼자 돌아갈 만큼 안정적이고 뜨겁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줄인다면 그건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을 팔아야 하는 시점이 아니라 오히려 사들여야 하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경기가 오죽 좋으면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줄일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더 정확한 접근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응용은 시중의 유동성이 어떤 방식으로 늘어나는지를 이해해야 알 수 있는 접근 방식이다.

경제뿐만 아니라 세상의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깨뜨리는 과정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계속 풀고 있다는데 중앙은행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았다는 사람은 왜 없을까. 인구가 줄어들면 집값이 내려간다는데 왜 인구가 줄어드는 다른 나라들은 집값이 오르기도 할까. 금리를 낮추면 돈이 빠져나간다는데 제로 금리를 선언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왜 돈이 다 빠져나가지 않을까. 우리가 전해들은 상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여러 가지 의문들이 경제를 이해하고 투자의 방향을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좋은 나침반이 된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다는 건 만약 지구가 가만히 있다면 왜 별들이 관찰되는 위치가 6개월마다 조금씩 바뀔까하는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 사실이다. 직관적으로 쉽게 설명되는 경제 원리는 대개 사실이 아닌 이론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진우 경제 팟캐스트 신과 함께를 제작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의 대표이자 MBC 라디오의 경제 프로그램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다. 이데일리와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대표 저서로 <거꾸로 읽는 경제학>, <친절한 경제상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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