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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이진우의 외식&경제

불경기에 주가가 오르는 이유

월간 음식과 사람 2020. 9. 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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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0.09 P.46 Marketing point_이진우의 외식&경제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경제와 관련이 있다. 그만큼 경제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장기 불황으로 허덕이는 외식업 경영자 처지에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경제 지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가게 일로 눈코 뜰 새 없더라도 잠시나마 경제와의 티타임을 가져보자. 경제를 알아야만 돈이 보인다.
editor 이진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 시중금리

경제는 언제나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었지만 요즘은 경제 전문가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장면을 자주 접하게 된다.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극단적으로 다르다.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전혀 엉뚱한 답을 듣게 되는 대표적인 게 왜 경기가 이렇게 나쁜데 주가가 계속 오르느냐는 질문이다.

가장 흔한 답은 지금은 경기가 나쁘지만 앞으로는 좋아질 것 같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거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그 설명은 경기가 앞으로 좋아질 것 같으면 왜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는 계속 내려가고 있느냐는 후속 질문을 설명하지 못한다. 20104%대를 넘나들던 미국 10년물 국채의 수익률(금리)은 올해 초 1.5%로 내려왔고 지금은 0.6% 수준이다.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는 말 그대로 장기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숫자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거 같지 않기 때문에 계속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주가는 왜 계속 오르기만 할까.

금값이 오르는 이유에 대한 질문도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돈을 천문학적으로 풀었기 때문에 그 돈이 넘쳐흘러서 인플레이션이 생길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므로 상대적으로 금의 가치는 올라가기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 역시 그렇게 인플레이션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면 왜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는 계속 내려가기만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돈이 많이 풀려서 물가가 오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10년 후의 금리는 지금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보여주는 사실은 10년 후에도 제로 금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뿐이다.

어떤 지표를 보나 확실한 것은 앞으로는 경기가 나쁘고 금리도 계속 낮을 것이라는 사실뿐이다. 경기가 계속 나쁠 것이라면서 주가는 왜 오르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좀 색다른 설명이 있다. 꽤 많은 전문가들이 이 설명에 점점 동의하는 중이다. 아마 이 가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으니 우리는 이걸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그 가설에 따르면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가 나쁘고 앞으로도 나쁠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쁜데 왜 주가가 오르나 싶겠으나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면 이해가 갈 만도 하다. 경기가 나빠지면 주가가 내리는 이유는 경기가 나쁘면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년 10억 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100억 원이라면 그 기업의 이익이 5억 원으로 줄어들 것 같으면 그 기업의 시가총액은 50억 원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이익의 변화보다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변수가 있다. 그게 바로 시중금리다. 예를 들어 금리가 10%인 시기에는 10억 원을 저축해놓으면 1년에 이자가 1억 원이 나온다. 그런데 금리가 1%로 내려가면 100억 원을 저축해야 이자 1억 원이 나온다.

주식의 가치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10%인 시기에는 10억 원의 이익을 매년 내는 회사의 시가총액은 100억 원으로 계산하지만 시중금리가 1%로 내려가면 똑같은 10억 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1000억 원이 된다. 1000억 원을 예금해도 이자가 10억 원밖에 안 나오는 시절이 됐기 때문이다.

금리 내리면 기업 가치는 더 높아져

여기까지 정리를 해보면 주가를 오르게 만드는 요인은 두 가지다. 기업 이익의 증가 또는 시중금리의 하락. 그러니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면서 시중금리가 내려가면 금상첨화겠지만, 문제는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기업 이익도 줄어들 것 같은 요즘 같은 시기다.

이 대목에서 경기가 나쁘니 주가가 오르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이들의 설명은 이렇다. 기업 이익도 줄어들겠지만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극단적으로 낮출 것이다. 그러니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폭보다 금리가 낮아지는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 기업 이익은 반토막이 나기는 쉽지 않지만 1%인 기준금리를 반토막 내서 0.5%로 내리는 건 쉬운 일이다. 그래서 주가는 오른다. 심지어 이익이 늘어나는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같은 언택트 기업들의 주가는 매우 강하게 오르는 게 더욱 당연하다. 결국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금리가 낮기 때문이고 금리가 낮은 이유는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두 가지 질문이 남는다. 경기가 나쁠 때는 금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는가. 그리고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은 전혀 없는가. 주가가 계속 오르는 이유가 경기가 나빠서 금리를 계속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면 경기가 좋아지고 금리가 올라가면 주가는 오히려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가 나쁘면 금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그렇다.

경기가 나쁘다는 것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뭘 만들어내도 잘 팔리지도 않고 잘 사지도 않는다. 돈이 돌지 않다 보니 뭘 해도 잘 안 된다. 점점 더 위축되기만 한다. 그게 불경기다. 그럴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금리를 낮추는 일이다.

불경기가 오면 사람들이 왜 경제활동을 기피하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자.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업의 투자수익률이 1%인데 금리가 2%라면 그런 사업은 하면 안 된다. 2% 금리로 돈을 빌려서 그런 사업을 하면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고 그런 상황이라면 2% 금리를 주는 은행에 돈을 예금하는 게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리가 0%로 내려가면 조금 전 그 사업은 충분히 타산이 맞는 사업이 된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금리가 0인 상황이 오면 로키산맥을 갈아엎어서 평평하게 만드는 일조차 수지맞는 사업이 된다. 그렇게 하면 로키산맥을 넘는 모든 자동차들이 연료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이자가 0이므로 이 사업은 해볼 만하다. 만약 로키산맥이 사라지면 로키산맥을 넘는 자동차가 1달러어치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로키산맥을 갈아엎어서 평평하게 만드는 일은 이 일을 하는 데 1억 달러가 들든 10억 달러가 들든 관계없다. 1억 달러가 든다면 로키산맥을 넘는 자동차들에게 통행료로 1달러씩 받아서 1억 대분의 통행료만 받으면 되고 10억 달러가 든다면 10억 대분의 통행료를 받으면 된다. 그 길에 10억 대의 자동차가 지나가려면 100년이 걸린다고 해도 관계없다. 어차피 이자는 0인 돈이니 100년이든 1000년이든 투입한 원가만 뽑으면 되는 일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금리를 낮추는 일 말고 불경기를 해소하는 더 좋은 방법을 인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불경기가 오면 금리를 낮추는 게 아니라 불경기가 오면 금리는 저절로 낮아지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투자를 기피하고 대출을 받아서 뭘 하려는 걸 주저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돈을 빌려가려는 사람은 줄어들고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은 늘어난다.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은 많고 빌려가려는 사람이 드물면 시중 이자율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경기가 나빠질 때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건 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살리려는 목적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앞서 설명한 대로 어차피 시중금리는 내려가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서 저절로 내려갈 게 뻔한 시중금리 수준을 중앙은행이 미리 또는 사후적으로 따라 내려서 맞춰주는 일이 기준금리 조정이다. 이렇든 저렇든 경기가 나쁘면 아무튼 금리가 내려간다. 그리고 금리가 내려가면 로키산맥을 갈아엎는 일조차 갑자기 가치 있는 일이 된다.

로키산맥을 갈아엎는 일도 가치가 생기니 옷을 만들어 팔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파는 기업들의 가치는 오죽하겠는가. 과거보다 기업 가치가 더 많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이렇게 약간의 이익이라도 내면서 기업 활동을 이어가는 기업들의 몸값은 올라간다. 불경기 저금리 시대에 주가가 오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앞으로도 경기는 나쁠 것인가

기업의 가치는 그 기업이 망할 때까지 벌어들일 돈의 총합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연예인 지망생의 가치는 얼마일까. 그 연예인이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벌어들일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현재가치로 환산한다는 말이 좀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건 이런 뜻이다. 어떤 연예인이 10년 후에 10억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10년 후에 벌어들일 10억 원의 현재가치(그 연예인의 몸값)는 약 9억 원이다. 9억 원을 연 1%인 정기예금 통장에 넣고 10년을 기다리면 딱 10억 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중금리가 올라서 연 2%가 된다면 10년 후에 벌어들일 10억 원의 현재가치는 약 8억 원(그 연예인의 몸값)이 된다. 8억 원을 연 2%짜리 정기예금에 넣고 10년을 기다리면 10억 원이 되기 때문이다. 즉 금리가 낮을수록 10년 후 10억 원을 벌어들일 것이라는 전망을 가진 연예인의 몸값이 높아진다.

같은 이유로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의 가치(주가)도 더 높아진다. 시중금리가 1%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면 연 5%쯤 성장하는 기업의 가치는 매우 높고 귀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중앙은행들이 경제위기가 올 때마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서 위기를 쉽게 넘기곤 한다. 그 결과 기업이 망하는 일이 매우 드물게 됐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매우 길어진 것이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 주가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기업의 가치는 그 기업이 망할 때까지 벌어들일 돈의 총합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인데, 그 기업이 망하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면 그 기업이 벌어들일 돈의 총합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직관적으로만 생각해도 매우 간단한 일이다.

모든 닭이 달걀을 하루에 한 개만 낳는데, 어떤 닭은 하루에 알을 세 개 낳는다면 그 닭의 가치는 얼마나 높겠는가. 만약 그 닭이 영원히 생존한다면 그 닭은 도대체 얼마에 사야 하는가. 한 마리에 1억 원이 넘어도 그 닭은 사는 게 맞다. 1억 원에 대한 이자는 매우 낮고 그 닭은 영원히 생존할 테니 매일 2개씩 더 생기는 계란을 시장에 팔아서 차곡차곡 모으면 1억 원에 대한 원금과 이자는 결국 갚을 수 있을 것이고 그 이후에도 매일 계란이 생산되니 수억 원을 내고라도 그런 닭은 사들여야 한다. 요즘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도 동일한 계산에 근거한 것이다.

이제 궁금한 것은 딱 하나 남았다. 지금까지는 경기는 계속 나쁘고 그러니 이자율이 계속 낮을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서 요즘 주가를 설명했는데 경기가 계속 나쁠 것이라는 전제가 흔들리면 어떻게 될까. 만약 경기가 좋아진다면? 그러면 금리도 올라갈 것이고 매일 달걀을 3개씩 낳는 닭이 있어도 1억 원을 대출받아서 그 닭을 사면 여분의 달걀 2개를 매일 팔아도 1억 원의 대출 이자를 갚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주가에는 매우 부정적인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경기는 계속 나쁠 수 있을까.

그건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질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돈을 계속 시중에 풀어대고 중앙은행도 그걸 계속 도와주면 결국은 경기가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매우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꽤 있는데, 그 반론의 요지는 이렇다.

돈을 푸는 것으로 죽어가는 기업을 살리는 일은 할 수 있지만 그 죽어가는 기업을 훌륭한 기업으로 바꿀 수는 없다. 경기가 나쁜 이유는 기업들이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인데 제대로 된 상품을 못 만들어서 죽어가던 기업을 살려내면 그 기업은 잠시 후부터 다시 죽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나쁜 기업을 망하게 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기업을 싹트게 해야 하는데 그 어떤 국가도 그런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경기는 계속 나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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