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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이진우의 외식&경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대출 잘 받는 요령

월간 음식과 사람 2020. 7. 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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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0.07월호 P.62]
Marketing point_이진우의 ‘외식&경제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경제와 관련이 있다. 그만큼 경제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장기 불황으로 허덕이는 외식업 경영자 처지에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경제 지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가게 일로 눈코 뜰 새 없더라도 잠시나마 경제와의 티타임을 가져보자. 경제를 알아야만 돈이 보인다.
editor 이진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 photo shutterstock

요즘 사람들은 대출을 받을 때 주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을까 아니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까. 한국은행은 이 통계를 매월 집계하는데 요즘은 10명 중 6명이 변동금리, 4명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다. 올해 초만 해도 이 비율이 거의 1 1이었으니 사람들이 변동금리를 좀 더 선호하게 됐다는 뜻이다.

누구나 대출을 받을 때 고민하게 되는, ‘변동금리로 할 것인가, 고정금리로 할 것인가라는 고민은 아주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심오한 고민이다. 정답이 있을 것 같으면서도 정답이 없기도 하고,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경제학과 교수도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이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을지 판단하려면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될지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 같으면 내 대출금리도 함께 내려가는 변동금리가 유리하고 앞으로 금리가 올라갈 것 같으면 내 대출금리는 따라 올라가지 않는 고정금리가 유리하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금리는 아주 단순한 면이 있어서 경기가 나빠질 것 같으면 내리고 좋아질 것 같으면 오르는데, 문제는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도 지금의 금리에 이미 그런 어두운 전망이 충분히 반영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앞으로 경기가 실제로 나빠지더라도 금리는 더 내려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금리 전망을 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가면 은행원들로부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에 고르라는 질문을 받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그 질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와 대출금리를 잘 선택하는 요령을 함께 배우고 익혀놓을 필요가 있겠다.

아무거나 선택해도 된다는 편안한 마음가짐 필요

대출을 받으러 가서 받게 되는 고정금리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변동금리로 하시겠습니까?’ 하는 질문에 대처하는 첫 번째 요령은 아무거나 선택해도 된다는 편안한 마음가짐이다. 우리는 은행이 던지는 질문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깊은 고민에 휩싸이게 되지만 사실 그 질문은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연 3%,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연 2.5%라는 선택지를 받아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앞으로 만약 금리가 더 내려간다면 나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게 이익이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내가 연 3%의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게 그들에게는 이익이었을 것이다. 시중금리가 계속 내려가는데도 연 3%라는 높은 금리를 내가 계속 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가 이익이 되면 은행은 손해를 보고 은행이 이익을 보면 나는 손해가 되는 결과가 생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은행은 이익이 될 수도 있고 손해가 될 수도 있는데, 은행은 나보고 둘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은행은 내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은행이 특별히 더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은행은 내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은행의 손익은 같게끔 이자율을 조절해놓고 나에게 선택하라고 내미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게 합리적이다. 고객이 A를 선택하느냐 B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회사에 손익이 크게 좌우되는 것이라면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우리가 백화점에서 사은품으로 양말과 승용차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제안을 받는 경우가 결코 없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건 고정금리 3%와 변동금리 2.5% 중에서 고객이 뭘 선택하더라도 미래에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볼 확률은 같다는 뜻이다. 미래의 금리는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고 높아질 수도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나의 선택은 이익이 될 수도 있고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고정금리 3%가 미래에 이익이 될 확률과 변동금리 2.5%가 미래에 이익이 될 확률은 동일하다는 뜻이다.

은행이 제시한 고정금리 3%, 변동금리 2.5%라는 선택지는 그냥 정해진 게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확률이 동일한 수치를 아주 복잡한 과정을 통해 찾아낸 것이다. 그건 미래의 경제 상황을 전망하고 예측하는 게 직업인 전문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채권시장에 달려들어 금리 전망에 투자한 결과로부터 도출된 수치이기도 하다.

이건 마치 과일가게 주인이 단골손님에게 사과 200g과 배 80g 중에 원하는 걸 선물로 주겠다고 한다면 그건 오늘 아침 과일시장에서 치열한 수요와 공급의 전투가 벌어진 끝에 사과 200g과 배 80g의 가치는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의미다. 나는 여기서 사과 200g이 나에게 이익일지 배 80g이 나에게 나은 선택일지를 고민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냥 아무거나 선택해도 되는 것이다.

대출금리도 마찬가지다. 은행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그 두 가지 선택지는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그게 미래에 좋은 선택이 될 확률과 후회할 선택이 될 확률이 정확히 50 50이기 때문이다.

가장 낮은 가산금리 제시하는 은행에서 대출받아라

오히려 대출 소비자들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것은 대출금리보다는 대출의 시점이다. 언제 대출을 받느냐에 따라 내가 물어야 할 대출금리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변동금리 대출에서 내가 물어야 하는 대출금리는 기준이 되는 금리에 은행이 나에게 적용한 가산금리를 더한 이자율이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금리는 쉽게 말하면 시중금리인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될 수도 있고 CD금리가 될 수도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 코픽스라는 금리 지표를 기준이 되는 금리로 사용한다.

이 코픽스라는 기준금리는 매월 바뀌는데 그건 삼성전자 주가가 매월 달라지는 것과 같다.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숫자라는 뜻이다. 내가 내야 할 대출금리는 이렇게 내가 어쩔 수 없이 변동하는 코픽스 금리나에게만 적용된 가산금리를 더한 값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코픽스 금리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나에게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최대한 낮추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때는 대출금리가 얼마예요?’라는 질문보다는 나에게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얼마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가장 낮은 가산금리를 제시하는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게 대출 잘 받는 요령의 처음이자 끝이다.

문제는 똑같은 은행, 똑같은 지점이라도 나에게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시기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대출은 금리 자체보다 오히려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것이다. 가산금리는 낮을 때도 있고 높을 때도 있는데 당연히 가산금리가 낮을 때를 골라서 대출을 받는 게 좋다.

그럼 가산금리는 언제 낮아질까. 가산금리는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마진이다. 가산금리가 높을수록 은행의 이익은 늘어난다. 그러니 은행에 대출받으려는 손님들이 많이 몰려드는 기간에는 가산금리가 당연히 높다. 손님이 많으니 굳이 마진을 줄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하다면 은행에 대출받으러 오는 손님들이 적을 때 대출을 받는 게 유리한데, 예를 들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

한국은행은 5월에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낮췄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기준금리가 낮아진 6월에 대출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6월보다는 기준금리를 낮추기 전인 5월 초가 대출을 받기에 더 좋은 시점이다. 6월에는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월 이전에는 대출을 받으러 가면 나에게 제시되는 변동형 대출금리는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코픽스 1.5%에 가산금리 1.3%를 더해서 2.8%를 내시면 됩니다.’ 그런데 6월에 은행에 가면 이런 안내를 받게 된다. ‘코픽스 1.25%에 가산금리 1.5%를 더해서 2.75%를 내시면 됩니다.’ 6월에 제시하는 대출금리가 2.75%로 좀 더 저렴하긴 하지만 사실은 이게 더 비싼 금리다. 가산금리가 더 높기 때문이다. 가산금리가 갑자기 높아진 이유는 단 하나다. 기준금리가 인하돼 사람들이 대출금리가 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으러 은행으로 몰려오게 되고, 그렇게 장사가 잘되는 기간에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여 부르기 때문이다.

만약 5월에 코픽스 1.5%와 가산금리 1.3%를 더한 2.8%에 대출 신청을 했다면 6월에 기준금리가 낮아진 후에는 낮아진 코픽스 1.25%와 원래 나에게 적용됐던 가산금리 1.3%를 더한 2.55%의 이자를 내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6월에 은행에 갔다는 이유로 2.75%의 이자를 적용받게 되고 그렇게 한번 결정된 가산금리 1.5%는 대출을 모두 상환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다시 한 번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나에게 중요한 것은 가산금리라는 원칙이다.

국채 금리가 평소보다 낮을 때 대출받는 게 유리

요즘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만기가 3년에서 5년 사이의 금리가 의외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가 나빠서 금리는 내려가고 있지만 경기가 나빠서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려고 하기 때문에 국채를 많이 발행하게 되고 그러면 시중 자금을 정부가 많이 빨아들이면서 시중금리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할 때 3년 또는 5년 만기의 국채를 주로 발행하기 때문에 그런 만기의 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느냐면, 우리가 은행에 가서 고정금리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우리에게 제시되는 금리는 3년 만기 또는 5년 만기 국채 금리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3년 만기 은행채, 또는 5년 만기 은행채의 금리이기 때문이다(정확히는 그 금리에 개인들에게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더해서 정해진다). 즉 요즘 은행에 가서 고정금리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의외로 비싼 금리를 안내받게 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생각보다 높은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주로 선택하게 된다. 사람들이 변동금리를 주로 선택한다면 은행은 변동금리에 붙이는 마진(가산금리)을 평소보다 높게 붙일까 아니면 오히려 낮게 붙일까. 당연히 마진을 더 높게 붙인다. 그래서 같은 값이면 3년 만기 또는 5년 만기 국채 금리가 평소보다 낮을 때 대출을 받는 게 유리하다.

대출 하나 받으려고 하는데 그런 것까지 알아야 되는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대출을 싼 금리로 잘 받으려면 시장에서 형성되는 3년 만기 채권 금리나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준금리에 대해 우리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참 힘든 세상이다.

이진우 경제 팟캐스트 신과 함께를 제작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의 대표이자 MBC 라디오의 경제 프로그램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다. 이데일리와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대표 저서로 <거꾸로 읽는 경제학>, <친절한 경제상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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