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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통 동네 중국집이 로컬푸드 활용한 중화요리 명가로 재탄생, ‘금문도’ 강현 대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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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통 동네 중국집이 로컬푸드 활용한 중화요리 명가로 재탄생, ‘금문도’ 강현 대표

월간 음식과 사람 2022. 10. 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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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2.10 P.64] Real Interview_대박집 숨은 비법을 찾아서

유동인구가 많은 여객터미널 내에 위치한 식당이라면 무조건 매출 신장을 기대해도 좋을까?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2층에 위치한 중국집 ‘금문도’의 경우는 위치보다는 특별한 레시피로 성공한 케이스다. 초창기 일매출 짜장면 네 그릇에서 예약하지 않으면 못 먹는 강화도 핫플레이스로 급성장하기까지 금문도의 빠른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들어봤다. editor 조윤서 photo 김성남

'금문도'의 2대 사장인 강현 대표. 강화도 특산물로 중화요리를 개발해 몇 달 만에 금문도를 성공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강화도 특산물로 이색 비주얼의 중화요리 만들었더니 예약하지 않으면 못 먹는 중국집 됐습니다~”

대박집 비결 1

30년 경력 조리기능장이 개발한 독보적 비주얼의 신(新)중화요리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2층엔 아주 특별한 중화요리집이 있다. 강화도 특산물로 만든 이색적인 비주얼의 중화요리를 반드시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영업은 오후 3시까지만 하며, 배달은 하지 않는다. 1990년대 초반 강화읍에 여객터미널이 들어섬과 동시에 문을 연 동네 중국집 금문도를 이렇듯 재탄생시킨 주인공은 2대 사장인 강현(50) 대표다. 그가 금문도를 인수한 때는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11월경.

서울 혜화동에서 중화요리집 금문(金門)’을 운영하시는 화교 출신 왕사부님이 계세요. 금문도(金門島)는 대만이 관할하는 섬 이름이래요. 그분 제자들이 전국에 오픈한 금문도가 꽤 있는데 여기 1대 사장님도 제자였어요. 어느 날 저한테 금문도를 넘겨받지 않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저의 주 종목은 일식이었지만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가 다 비싸니까 이번엔 중식을 해보자 했죠.”

순무탕수육, 속노랑간짜장, 백짬뽕, 누리소통망(SNS)상에서 수없이 공유되는 금문도 시그니처 메뉴들이다.

강 대표는 30년을 꽉 채운 외식업 경력의 소유자답게 한식, 중식, 일식에 능하고 2014년엔 국내 최연소 조리기능장 자격을 취득한 바 있는 베테랑 셰프다. 한때 신라면용 소금 제조사인 삼선개발에서 연구개발(R&D)팀장으로 신메뉴 개발 및 전국 매장관리를 도맡아 했고, 중견 호텔 식음료파트 총괄팀장으로 8년간 근무했다. 초밥집, 라면집도 열어 장사가 꽤 잘됐는데 어김없이 세를 올려달라는 건물주 때문에 번번이 식당을 접어야 했다.

다행히 금문도는 사서 들어왔습니다. 관광지인데도 비싸지 않았고 아내와 둘이 꾸려가기에 딱 적당한 크기였어요. 쫓겨나지 않아도 되니 참 좋았지만 문제는 코로나19였죠. 많이 팔면 일매출 30만 원이고 하루에 짜장면 네 그릇 팔 때도 있었어요. 오픈 후 6개월 동안이나요.”

그런 금문도에 어느 날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추운 겨울 새벽, 5만 원 주고 제작한 전단지를 배달 오토바이에 싣고 인근 아파트 단지를 돌며 집집마다 붙이다가 경비원한테 걸렸던 것. 된통 싫은 소리를 들었지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던 운명적인 사건이었다.

식당에 돌아와 우두커니 난로 앞에 앉아 있는데 너무 서러운 거예요. 그때 초로의 할머니 한 분이 문을 밀고 들어오셨어요. 오전 7시에요. 풍물시장에 농사지은 거 팔러 왔는데 겨울이고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장사가 안된다며 고구마 좀 사달라고요. 제 형편도 참 말이 아니었지만 1층까지 내려가서 고구마 두 박스 직접 사들고 왔습니다. 근데 중국집에서 고구마로 뭘 하겠어요. 문득 일식에서 사시미 밑에 까는 가는 채가 생각났죠. 고구마를 회전채칼로 똑같이 채를 내서 튀겼는데 노란 게 색깔도 예쁘고 짜장에 넣으니까 맛있더라고요. 그게 바로 강화도 특산물로 개발한 중화요리 1탄입니다.”

우연찮은 계기로 개발한 이 특별한 간짜장면이 날개를 달고 퍼져나가게 된 건 어느 날 저녁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늦게 찾아온 손님에게 새로 개발한 이 강화속노랑간짜장을 대접했더니 독특하고 맛있다며 주변에 널리 소문을 냈던 것.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던 작년 초의 얘기다. 점점 반응이 오기 시작하자 그는 R&D 내공을 십분 발휘해 한 달 사이에 강화도 특산물을 재료로 한 요리 3가지를 순차적으로 만들어냈다.

대박집 비결 2

순무탕수육, 속노랑간짜장, 백짬뽕, 섬쌀볶음밥의 4색 베스트셀러

순무탕수육, 백짬뽕, 섬쌀볶음밥 등을 연이어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신메뉴를 내놓기만 하면 어떻게 알고 손님이 찾아왔어요. 이때도 김포에 사는 젊은 주부가 아이, 남편과 함께 와서 전 메뉴를 다 드시고 갔는데, 알고 보니 유명한 네이버 블로거였죠.”

신메뉴 개발 단계에서 중점을 둔 건 무엇보다 중식은 기름지고 짜고 맛이 세다는 편견을 깨는 것이었다. 또한 이왕이면 강화도 특산물을 활용해 지역주민과 상생하고 싶었다. 여기에 일식의 건강한 이미지와 눈으로 보며 즐기는 순기능들이 반영됐다.

건강한 자연주의 중식을 모토로 강화도에서 순무밭, 인삼밭, 고구마밭 하시는 분을 수소문했고 이젠 마을 이장님들과 상의해 계약재배하고 있어요. 채소는 금문도 1대 사장님 내외분이 농사지어 보내주시고, 고기는 터미널 옆 축산농가에서 국내산 암퇘지로만 가져옵니다. 계란은 읍내의 강화계란에서 매일 납품받아요. 이렇게 품질 좋고 신선한 로컬푸드로 만드니까 조미료를 거의 안 넣어도 재료가 가진 순수한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어요.”

금문도의 시그니처 메뉴는 역시 순무탕수육이다. 국내산 암퇘지 등심에 찹쌀을 입혀 동글동글하게 튀겨내고 순무와 적색 양배추를 파채처럼 가늘게 채 썰어 높이 올린다. 아무리 바빠도 탕수육을 미리 튀겨놓지 않고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 내놓는다.

다음으로, 비주얼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요리가 속노랑간짜장이다. 노란 고구마 튀일을 한아름 쌓아올린 간짜장과 사자발약쑥으로 자가 제면한 녹색 면이 따로 나오는데, 바삭한 고구마 튀일을 간짜장에 섞어 먹는 맛이 새롭다.

백짬뽕은 강화도 외포리에서 나는 동백하라는 생새우를 하얀 뼈육수에 갈아 넣어 국물을 내는 초마면이다. 통오징어 등 각종 해산물의 풍미가 칼칼한 청양고추의 맛과 잘 어우러진다. 간짜장과 백짬뽕에 들어가는 면은 매일 손반죽해서 숙성시켜 놓았다가 제면하기에 기계로 만드는 것에 비할 수 없는 탄탄한 쫄깃함이 있다.

섬쌀볶음밥은 강화도 땅에 최적화시켜 재배한 고시히카리와 푸짐한 해산물을 함께 볶아낸 삼선볶음밥. 수분이 많고 찰진 강화 섬쌀을 두 번이나 볶아내 고슬고슬한 식감이 좋다.

보통 두세 명이 오셔서 네 가지 요리를 다 주문하세요. 비주얼도 특이하고 맛도 좋다, 역대급 간짜장이다, 호텔 중식 같다는 평이 많으시고요. 모든 요리는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깨끗하고 위생적인 오픈 주방에서 만들어 손님들이 더 좋아하십니다. 강화 특산물을 홍보해준 공로로 올해 4월 강화읍 측에서 리모델링을 지원해주셨거든요.”

금문도 강현 대표

대박집 비결 3

6명의 셰프가 청결한 오픈 주방에서 더 빠르고 더 맛있게

금문도가 강화터미널과 역사를 같이하고 있으니 문을 연 지도 벌써 30년 가까이 됐다. 관광객 손님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옛날식 짜장면을 먹으러 오는 지역주민도 있다.

“1대 사장님이 저에게 금문도를 넘기시면서 당부한 게 있어요. 꼭 짜장면은 건더기 적게 넣고 간도 자극적이지 않게 해달라고요. 이제는 고령이 되신 단골손님들이 터미널 옆 병원이나 약국에 왔다가, 버스 타고 아들, 손주들 보러 갔다 오면서 들르는 추억의 중국집이라고요. 언젠가 한창 바쁜데 옛날짜장면 두 그릇 주문이 들어왔어요. 빠꿈이 내다보니 테이블에 어린 형제 둘이 앉아 있네요. 저도 자식이 셋이라 애들 짜장면 값은 받지 않고 음료수를 줘서 보냈습니다. 그때부터 어른 없이 온 꼬마 손님들에겐 음식값을 안 받아요.”

금문도는 100% 네이버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작년 여름에 손님들이 2~3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걸 보고 예약제로 바꿨는데, 주인이 관여하지 않아도 되고 예약분에 맞춰 재료를 준비할 수 있어서 요리가 늘 신선하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금문도엔 테이블이 14개뿐이지만 강 대표 부부와 손위 처남 최태호 수석 셰프를 비롯한 셰프 6명을 포함해 직원이 10명에 달해 요리도 빨리 나오고 테이블 회전도 잘되는 편.

금문도에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면서 요즘엔 평일에도 손님이 100~120팀 가까이 된다. 매출도 평일엔 400~480만 원선, 주말엔 500만 원선을 훌쩍 넘는다고. 강 대표는 내년 계획을 미리 세워뒀다.

내년 4월 복도 맞은편에 별관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특산물 코스요리만 할 거예요. 이미 11가지 요리 레시피를 다 개발해놨습니다. 강화도 한우암소로 만든 우육탕면도 있고요. 내년 후반기엔 풍물시장 안에 중화요리 패스트푸드점도 낼 생각이에요.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컵밥 형식의 볶음밥, 튀김류, 국물요리 등을 전문으로 할 겁니다.”

강 대표가 지난 30년간 깨달은 거라면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다는 사실이었다. 길을 정해놓지 않으면 끝까지 갈 수 있는 게 인생이란다. 결국 그의 새로운 도전이 새로운 하루를 선물했고, 예약하지 않으면 못 먹는 중화요리에 미래의 손님들은 자꾸만 구미가 당긴다.

금문도

주소 :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중앙로 43 강화터미널 2

전화 : 032-933-0833 영업시간 : 오전 10~오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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