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대박집] 맛있게 매운 맛, 아산 신정호반 '북한강쭈꾸미' 임경순 대표 본문

음식과 사람/대박집

[대박집] 맛있게 매운 맛, 아산 신정호반 '북한강쭈꾸미' 임경순 대표

월간 음식과 사람 2020. 6. 8. 13:38
반응형

[음식과사람 2020.06월호 P.68] Real Interview_대박집 숨은 비법을 찾아서

북한강 주꾸미볶음 드시고 화끈하게 원기 회복하세요~”
한국인의 매운맛 사랑은 유별나다. 언젠가부터 외식업계에 매운맛 음식들이 인기를 끌면서 일부러 찾아다니며 즐기는 식도락가들도 많아졌다. 매운맛을 내는 고추 속의 캡사이신은 혈액순환을 도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체지방 분해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매운맛이 스트레스를 날려줘 사람들을 자꾸만 매운 음식 앞으로 불러 모은다. 오랜 전통의 주꾸미볶음으로 충남 아산시의 명소가 된 북한강쭈꾸미는 맛있게 매운 맛으로 유명하다. 생애 첫 외식업소가 대박집이 되기까지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editor 조윤서 photo 김성남

대박집 비결 1

강화도 ‘그집쭈꾸미’에서 검증된 대박 맛에 셀프 노하우 접목

“아산 신정호수 상권을 북한강쭈꾸미의 달큰한 매운맛으로 평정했어요~”

아산 신정호 국민관광지 주변에 몇 해 전부터 음식점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초는 2014년 호수 초입으로 이전해온 북한강쭈꾸미였다. 넓은 주차장과 통나무로 된 정감 있는 건물 입구엔 커다란 글씨로 쭈꾸미볶음이라 써져 있어 차를 타고 지나면서도 놓칠 염려가 없다. 잘 자란 소나무 두 그루가 좌청룡 우백호처럼 지키고 있는 테라스엔 청금강 앵무새 한 마리가 손님들에게 말을 걸며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외지인으로 이곳에 와 고군분투하여 결국 식당을 성공 대열에 올려놓은 임경순(51) 대표가 북한강쭈꾸미를 오픈하던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북한강쭈꾸미는 저의 첫 외식업소예요. 제가 식당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게, 그 전엔 17년 동안 대천에서 미용재료 도·소매업을 했거든요. 근데 막둥이가 많이 아파서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팔아야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친구가 주꾸미집을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고향 친구인데 강화도 가는 길에 그집쭈꾸미라는 식당을 열어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이 많았어요. 외식업은 경험이 없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2009년 봄 여기서 7분 거리에 조립식 패널로 지은 그집쭈꾸미 2호점을 열었어요.”

본사에서 재료와 레시피 등을 대주는데도 1년간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식당 경험이라곤 총각시절 2~3년간 강원도에 있던 큰 형수님의 기사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던 게 다였기 때문.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것도 식당 운영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손님이 들지 않는 와중에도 그는 본사에서 받은 레시피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덧입혀 불맛을 극대화한 주꾸미볶음을 완성해갔다. 정작 스스로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함에도 매일 주꾸미볶음을 만들고 손님들의 입맛과 품평을 반영하면서 최적의 맛을 찾아냈다. 입소문을 타고 점점 손님이 늘기 시작한 게 1년쯤 지났을 때였다.

신기하게도 한 달 매출이 1500만 원 하던 게, 다음 달에 3600만 원, 그다음 달엔 6000만 원 대로 껑충 뛰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어요.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할 땐 다른 식당보다 매출이 더 떨어지기도 했지만 현재 90%가량 회복했습니다. 지금까지 광고 하나 없이 오로지 맛으로만 승부한 결과라 저한텐 더 의미가 큽니다.”

임 대표가 운영하는 그집쭈꾸미도 빠른 시간 안에 성공 대열에 올라섰다. 사실 강화도에서 시작해 매콤한 주꾸미볶음으로 대박을 친 그집쭈꾸미는 당시에 꽤 유명했다. 자타 공인 국내 주꾸미볶음의 원조 격이었는데 상호를 따라 하는 곳이 너무 많아서 본사 대표인 친구와 상의 끝에 북한강쭈꾸미로 브랜드명을 바꿨다. 고향 춘천을 생각나게 하는 북한강을 상호에 넣어 2014년 지금의 신정호 주변으로 이전했고 간판을 새로 걸었다.

당시엔 이곳도 식당 앞 1차선 도로를 타고 10분 걸려 신정호를 한 번 돌고 오면 끝일 정도로 주변에 볼 게 없이 휑했다. 최근엔 신정호가 국민관광지로서의 면모를 쇄신하며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상권이 많이 발달했고 북한강쭈꾸미를 찾는 손님들도 덩달아 많아졌다. 190, 240석 규모이며, 주말엔 대기만 100석일 정도로 신정호 인근의 명소가 됐다. 14명의 직원은 아르바이트생 없이 모두 정직원이다.

대박집 비결 2

맛있게 매운 주꾸미볶음과 쿨피스&새우튀김의 찰떡궁합

“입안이 얼얼할 땐 달달한 쿨피스로 달래고 고소한 새우튀김으로 입맛 챙겨요~”

주꾸미는 2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가 제철이에요. 그래서 주꾸미 식당도 봄에 많이 오픈하죠. 요즘엔 대부분의 식당에서 국산 대신 수입산을 쓰는데 국산은 가격이 3배 이상이라 도저히 쓸 수가 없어요. 생물이다 보니까 국산 주꾸미를 볶음으로 하기엔 아깝기도 하죠. 저희도 수입산을 쓰기는 하지만 대신 제일 품질 좋고 비싼 태국산만 씁니다. 새우튀김용 새우는 북한강쭈꾸미에만 납품해주는 베트남 현지 지정업체가 있어요.”

주꾸미는 해산물이다 보니 들여올 때부터 원물이 물을 많이 먹은 경우가 있어서 같은 조리법이라도 맛이 미세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걸 소스와 불맛으로 최대한 일정하게 맛을 내는 게 관건. 맛있게 매운 맛을 내는 비결은 웍에 볶을 때 불맛을 덧입히는 스킬에 있고, 이 불맛이야말로 북한강쭈꾸미에 손님들이 몰려드는 이유다.

주꾸미 원물과 소스, 고춧가루 등 재료 일체는 본사에서 받아 쓰는데, 소스는 기본적으로 매운맛이지만 적당히 단맛도 나요. 이 기본 재료를 가지고 불맛을 어떻게 입히느냐에 따라 감칠맛이 추가되죠. 근데 똑같은 소스를 써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요. 10년 된 주방장이 하는 것과 제가 하는 게 확실히 차이가 나거든요. 초창기엔 요리 경험이 없었던 터라 불맛 내다 화상을 입는 일도 부지기수였어요. 손목도 아프고 불맛 내는 게 쉽진 않아요.”

그는 2015년까지 직접 주방에서 주꾸미볶음을 만들었다. 점점 손님이 늘면서 어떨 땐 하루에 100판 이상 볶을 때도 있었다. 지금도 특별한 경우엔 웍을 손에 잡는데, 옆에서 웍을 다루는 걸 보니 주꾸미볶음을 만들기 위해 수십 번을 불과 씨름해야 하는 고된 과정이었다.

주꾸미볶음은 호불호가 없는 음식이잖아요. 레시피는 딱 적당히 매운 맛으로 정해져 있어요. 매운 음식을 아주 못 드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드실 수 있는 정도의 맛있는 매운맛이라고들 하시죠. 순수하게 고춧가루만으로 매운맛을 내고 인공적인 캡사이신 같은 건 전혀 안 들어가요. 취향에 따라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라 손님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주꾸미볶음 1인분에 밥을 포함해서 1만 원이다. 밥은 쌀밥과 보리밥 중 선택할 수 있으며, 둥근 볼에 참기름에 무친 콩나물, 치커리, 열무김치, 무생채 등을 넣고 비벼 먹는 게 일반적. 따로 주꾸미만 집어 먹어도 불향이 고스란히 느껴져 맛있다. 밑반찬은 셀프서비스로 더 갖다 먹을 수 있어서 리필이 많다. 같이 나오는 맑은 두부된장국은 주꾸미볶음과 곁들여 후루룩 마시기에 좋은데 직접 육수를 내서 짜지 않은 건강한 맛이 난다. 매워도 자꾸만 먹게 되는 이 집 주꾸미볶음의 비밀은 한 번에 여러 가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미각의 종합선물세트 같아서일까. 입안의 얼얼함은 달달한 쿨피스 한 잔으로 달래는 재미가 쏠쏠하다. 테이블 위엔 쿨피스 없는 곳이 없을 정도. 매일 이렇게 절찬리에 팔려나가는 주꾸미볶음을 만들기 위해 한 상자에 6kg짜리 주꾸미를 일주일에 200박스쯤 소진한다.

매운맛을 잠시 쉬고 곁들여 먹기에 좋은 이곳의 효자 메뉴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왕새우튀김이 있다. 블랙타이거라는 통통하고 살이 쫄깃한 왕새우에 빵가루를 입혀서 튀겨내는데, 원체 크기도 하거니와 칼집 내서 늘리거나 하지 않아 속이 꽉 차 있다. 한입 베어 물면 실한 단면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임 대표가 직접 개발한 가쓰오부시 소스를 찍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손님들이 주꾸미볶음과 함께 주문하는 단짝 메뉴라 새우를 튀기는 기름도 평소 신경을 써서 관리하고 있다. 평일엔 하루 한 번, 주말엔 하루 두 번 깨끗한 기름으로 교체하는 게 늘 신선하고 고소한 튀김 맛을 유지하는 평범한 비결이다. 투톱인 주꾸미볶음과 왕새우튀김 외에도 동동주와 도토리묵무침의 조합도 인기.

주방에서 볶고 튀기는 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지만 특이하게도 매출에 비해 주류 판매량은 많지 않아요. 대부분 차를 타고 운전해서 오는 손님들이라 식사만 하고 신정호 주변의 카페로 가시거든요. 대신 테이크아웃은 평일에도 10% 이상 차지해요. 원래 매운맛이 중독성이 있어서 먹고 돌아서면 또 생각나잖아요. 그래선지 식사 끝나고 포장해가시는 분들도 많은데, 포장 판매는 양을 조금 더 드려요.”

대박집 비결 3

단골손님에겐 뭐라도 공짜 서비스, 매출의 일정액은 기부

“광고 없이 구전만으로 한 명의 손님이 104명의 손님을 끌어온다죠~”

흔한 배달앱에도 올라 있지 않지만 손님들은 아산 시내는 물론 인근 천안, 평택권에서도 찾아온다. 90% 이상은 스스로 알아내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다. 지역주민과 외부 손님이 반반인데 그중에서도 여자 손님이 70% 이상으로 많은 편. 주말엔 가족 단위 손님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35대 들어가는 주차공간이 꽉 차서 20분쯤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한 테이블당 15분 정도로 테이블 회전율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 단골손님들이라 얼굴만 봐도 알아요. 그중에서도 몇 년 전 저녁 무렵에 오셨던 80대 할아버지가 유난히 기억에 남네요. 식사를 하고 나오셔서 대뜸 여기 주방장이 누구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저라고 했더니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5만 원짜리를 팁으로 주시면서 너무 맛있게 먹어서 감사하다고 하시더군요. 할머니와 같이 오셔서 밥값이 16000원이었는데 팁을 더 많이 주신 거죠. 그 돈을 차마 쓸 수 없어서 저도 고이 모셔놨어요. 농사일 하시는 분 같았는데 그 후로도 한 번 더 할머니와 오시고선 요즘은 통 뵐 수가 없네요. 오픈하고 얼마 안 돼서부터 장장 9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신 손님도 있어요. 약초 일 하시는 분인데 지인들 데리고 하루에 두 번도 찾아오셨어요. 보통 손님 한 사람이 돌고 돌아 104명에게 구전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형님이야말로 저한테는 귀인이신 거죠.”

평일엔 몇백 명의 손님들이, 주말엔 그 곱절 되는 손님들이 북한강쭈꾸미를 찾는다. 주방과 홀에 각각 6명 정도의 직원들이 있어도 주말엔 더 바쁘기 마련. 그래도 임 대표는 직원들에게 아무리 바빠도 단골손님들 오시면 잊지 말고 음료수라도 꼭 서비스로 드리라고 일러뒀다. 직원들은 이제 알아서 단골손님들을 챙겨주고, 바쁠 땐 주방과 홀 구분 없이 테이블을 정리하는 등 서로의 일을 도와주니 임 대표로선 너무도 든든하다고.

제가 해보니 외식업은 오너가 주방에서 음식을 직접 하지 않고는 대박이 날 수가 없어요. 또 하나, 요즘 외식업은 시내에선 승산이 없고 외곽으로 가야 돼요. 저희 가게만 해도 아산시청과 7분 거리예요. 대신 주차장 확보는 필수죠. 저도 여기 들어올 때 기존의 레스토랑을 리모델링하면서 주차장을 넓힌 게 모객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조금만 나가도 논밭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선 겨울이 가장 비수기다. 농번기에도 손님들이 뜸한 편이고, 눈이 오는 주말이면 천만 원 벌 것도 백만 원 정도밖에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많이 벌거나 못 벌거나 그가 빼놓지 않고 하는 게 있으니 바로 기부다.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4년 차인 그는 이미 5년간 1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을 해놓은 상태.

“2007년 막둥이가 아팠을 때 고맙게도 백만 원을 기부받았던 적이 있어요. 몇 번을 마다했지만 결국엔 받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당장 만 원짜리 한 장이 아쉬운 판이었으니까요. 대신 나중에 잘돼서 꼭 열 배로 갚겠다고 다짐했었죠. 그 약속을 지키려고 가게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을 때 동주민센터나 시청 등에 익명으로 기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사랑의 열매 관계자분이 굳이 그러지 마시라, 떳떳하게 본인 이름으로 기부하시라 하더군요. 그때 아너소사이어티 충남지부에 가입했어요. 앞으로도 북한강쭈꾸미에서 나오는 수익은 많든 적든 지금처럼 기부하면서 살 생각입니다.”

식당을 이만큼이나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려놓은 후부터 그는 취미생활에도 열심이다. 중학교 때부터 타기 시작한 바이크를 타러 다니거나 은하수 사진을 찍으러 동호회원들과 같이 여행을 다니곤 하는데, 특히 사진은 현재 작품전시회도 열리고 있을 정도로 수준급.

은하수 사진만 12년을 찍으러 다녔어요. 가장 멋있었던 건 호주 엘리스스프링스에서 보았던 은하수였죠. 현재 충남교육청 과학교육원에서 제 은하수 사진전이 시간! 별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어요. 유튜브에서도 보실 수 있고요. 좀 있으면 아산, 금산 등지에서 반딧불이가 한창 나올 시기라 식당 영업 끝나면 밤에 카메라 들고 출사 나갈 때가 됐어요. 주꾸미도 팔아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바쁘네요(웃음).”

강원 춘천시 사북면 신포리 깡촌에서 태어났다는 임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외지인이 아니라 아산의 인싸가 됐다. 2012년부터 월매출이 1억 원을 넘었으니 아무래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며, 이 정도면 우리 집 대박 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그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없어 보였다. 외식업 문외한이었던 그가 한 발 한 발 일궈낸 값진 성과라서 더욱 드라마틱한 성공이었다.

북한강쭈꾸미

본점 : 충남 아산시 신창면 신정호길 266 / 041-534-9500

영업시간 : 오전 11~930 (브레이크 타임 : 오후 340~5)

휴무일 : 매주 월요일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