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대박집]먹을수록 정이 가는 청주 흥덕구 생선구이 전문점, ‘정가네’ 오윤석 대표 본문

음식과 사람/대박집

[대박집]먹을수록 정이 가는 청주 흥덕구 생선구이 전문점, ‘정가네’ 오윤석 대표

월간 음식과 사람 2020. 8. 1. 00:02
반응형

[음식과사람 2020.08 P.68] Real Interview_대박집 숨은 비법을 찾아서

화덕에 구운 생선구이가 겉바속촉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충북 청주는 당일 생활권이 된 지 오래. 맛있는 식사 후 상당산성, 청남대, 수암골 등을 관광하고 돌아오기에 하루가 모자라지 않다. 바다와 인접하지 않은 청주의 향토음식으로는 올갱이국, 도토리묵밥, 시래기해장국, 버섯전골 등이 있다. 식후경하기에 마땅히 생각나는 곳이 없다면 흥덕구 운천동 소재 화덕 생선구이 전문점은 어떨까. 오픈 2년 만에 입소문만으로 손님들이 줄 서서 먹는 정가네.
editor 조윤서 photo 김성남

정가네 마당 주차장에서 함께한 오윤석 대표와 부인 김희정 씨

대박집 비결 1

매일 배송, 당일 소진을 원칙으로 정직한 식재료만 취급

“그날 받아 그날 판매하면 손님들은 제일 신선하고 맛있는 요리를 드시는 거죠~”

충북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에는 요즘에도 점심때면 손님들이 줄을 서는 생선구이 전문점이 있다. 일차로 도로 바로 앞에 마당 겸 넓은 주차장이 있고 담장을 따라 심어놓은 봉숭아꽃이 알록달록 예쁜 정가네. 한번 먹어보면 또 오게 되고 계속 오다 보면 정이 들게 된다는 이 집의 특성을 잘 담아낸 상호다. 문턱을 넘으면 내부가 상당히 넓다. 테이블 간격도 널찍해서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인테리어가 아닌가 싶다. 오픈 2년 만에 줄 서서 찾는 식당이 된 정가네는 전집, 육횟집에 이은 오윤석(49) 대표의 세 번째 외식업소다.

회사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2011년에 처음으로 전집을 차렸어요. 어떤 식당을 차릴까 고민하며 다른 업소들을 탐방했는데 완제품을 데워주는 식으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제 손으로 직접 두부전, 동그랑땡, 파전, 해물녹두전 같은 것들을 모둠으로 만들어 대접했어요. 식당이 주택가 골목에 있었는데 처음엔 동네 주민들이 오며 가며 단골이 되시더니 3개월쯤 지나니까 입소문이 나면서 안정권에 들어갔죠. 제가 해보니까 재료가 좋으면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재료로만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었더니 손님들이 점점 늘었거든요.”

전집은 4년간 꽤 장사가 잘됐지만 수작업이다 보니 힘이 많이 들었다. 청주 하복대사거리에서 육회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꾼 게 2015. 원칙을 그날 받아 그날 판매하자로 정하고 육회와 육사시미, 탕수육 등을 매일 신선한 상태에서 팔았다. 물량이 소진되면 안내판을 꼭 붙이고 더 이상 팔지 않았다. 원칙을 고수해서 그런지 육횟집도 너무 잘됐지만 또다시 변화의 기회가 자연스레 찾아왔다.

생선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던 아는 형님이 갑자기 가게를 그만하게 됐다는 거예요. 그냥 접기엔 아까우니 저한테 해보지 않겠느냐고요. 화덕으로 굽는 생선구이라는 말에 구미가 당겼어요. 육횟집은 밤 장사라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서이기도 했고요. 메뉴 구성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인수했어요. 그게 20183월쯤이었으니까 이제 2년이 조금 넘었네요.”

생선구이 전문점인 만큼 신선한 생선 수급은 매출은 물론 식당의 존폐를 좌우하는 최대 관건이었다. 가게를 인수한 후 오 대표가 직접 물색한 청주에서 제일 큰 도매상으로부터 양질의 생선을 매일 공급받았다. 워낙 물량이 많아 거래처들 사이엔 정가네에 납품하는 걸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

아마 청주 시내에서 생선 소비량이 제일 많은 외식업소가 저희 정가네일 거예요. 근데 대량으로 들여오다 보니까 아무래도 가끔 한두 마리는 문제가 있는 게 섞여 오기도 해요. 생선 자체에서 냄새가 나거나 살이 연두부처럼 흐물흐물하다거나 그런 거죠. 이걸 1차 손질할 때 걸러내고, 다시 초벌구이를 할 때 매의 눈으로 골라내는 것도 제 담당이에요. 그걸 못 하면 손님상에 그대로 나가게 되고, 그건 단골손님을 잃는 거라 각별히 주의하고 있어요.”

대박집 비결 2

천연 화산석으로 만든 500℃ 고온 화덕에 구워 맛 차별화

“생선을 화덕에 구우면 겉은 바삭, 속은 육즙 가득한 재료 본래의 맛이 나요~”

정가네의 대표 메뉴는 역시 모둠생선구이. 매출의 90% 이상은 생선구이에서 나온다. 고등어, 적어(열기), 갈치, 서대, 가자미 등이 화덕에 노릇노릇 구워져 돌솥밥과 함께 차려진다. 2인 기준 고등어·가자미 구이와 돌솥밥 포함 단돈 2만 원이며, 인원수에 따라 생선이 하나씩 추가된다. 생선을 그릴에 구울 땐 10~15분 정도가 소요되는 데 비해 화덕에 구우면 주문 후 7~8분이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테이블 세팅을 하는 동안 미리 초벌구이를 해둔 생선을 굽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점심 손님들 분량을, 오후에는 저녁 손님들 분량의 생선을 미리 초벌로 구워두는 게 비결이다.

각각의 생선을 80% 정도 익혀놓는 과정이 초벌구이예요. 매일 아침마다 점심 장사를 위해 고등어 4상자 80마리, 가자미 50마리, 세트 메뉴에 서비스로 드리는 꽁치 60마리, 열기 40마리 정도를 초벌로 구워놔요. 초벌구이를 하는 이유는 생선마다 익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죠. 주문 후 4~5분이라는 공통의 본 구이 과정을 거친 후 손님상에 내놓으려면 초벌구이 과정은 필수예요.”

손님 많은 생선구이집에서 이처럼 초벌구이도 해야 하고 본 구이도 해야 해서 오 대표는 종일 불 앞을 떠날 수가 없단다. 500가 넘는 화덕 앞에서 생선을 굽는다는 건 보통 고된 일이 아니지만 오픈 초기에 그는 생선이 제일 맛있게 구워지는 온도를 찾아내기 위해 화덕 앞에서 살다시피 했다.

초벌구이를 한 고등어를 4분 동안 굽는다고 치면 회전판이 몇 번 돌아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거든요. 보통 한 바퀴 도는 데 30초가량 걸리는데, 주문받은 생선마다 화덕 안에서 구워지는 시간이 달라 타이머만 믿고 있으면 생선이 타버려요. 이걸 몸으로 체득하느라 초창기엔 힘들었어요. 그래도 길들여지면 화덕만큼 음식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게 없어요. 그야말로 겉바속촉이니까요. 겉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 육즙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요. 화덕은 정가네의 시그니처이기도 하고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화덕은 위아래 두 판으로 구분돼 있는데 온도 차이가 100이상 난다. 초벌구이 할 때나 손님상에 올리는 철판을 예열할 때는 아랫판을 사용하고, 윗판에서는 16마리까지 한 번에 구울 수 있다. 간은 생선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한다. 전남 신안 천일염을 사용해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엔 소금 간을 조금 더 하고, 겨울철엔 덜 하는 식. 모둠생선구이에 나온 적어, 갈치, 서대, 가자미, 고등어, 꽁치까지 어느 하나 짜거나 싱거운 게 없이 간이 딱 맞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생선들은 고온의 화덕에 구웠어도 노릇노릇 윤기가 흐르고 각각의 감칠맛 나는 육즙이 살아 있다. 한입 먹으면 신선한 생선을 구웠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적어 한 마리를 들고 뜯어 먹는 재미와 맛이 쏠쏠했다. 미리 예열된 철판 위의 생선구이들은 다 먹는 동안 식지 않고 따뜻해서 주인장의 세심한 마음씀씀이가 전해졌다. 정가네에서 단품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생선은 흔하지만 집에서 해먹기엔 번거로운 고등어라고. 하루에 100마리 정도는 거뜬히 팔린다. 테이크아웃도 가능한데, 2인분 이상 주문 시 화덕에 구운 생선 한 마리에 7000.

정가네엔 생선구이 못지않게 갈치조림, 고등어조림을 먹기 위해 찾는 손님들도 많다. 아침마다 점심에 팔 분량을 끓여놓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냄비에 세팅한 후 테이블에서 한소끔 끓여 먹을 수 있도록 내놓는다. 갖가지 양념을 아끼지 않고 넣어 비린 맛이 전혀 없다. 통통한 살을 발라 밥숟가락 위에 듬뿍 얹어 먹어도 좋지만, 냄비 바닥에 깔린 커다란 무 조각만으로도 밥도둑이 따로 없다. 부인 김희정(50) 씨는 원래 여름철은 갈치조림이 많이 팔리는 계절이 아닌데도 요즘이 겨울철보다 더 수요가 많다고 했다.

얼마 전엔 고등어구이가 그렇게 많이 팔리더니, 요즘엔 갈치조림 찾는 손님들이 또 그렇게 많네요. 생선도 유행을 타는지는 모르겠지만 맛있어서겠죠(웃음). 저희 집 갈치조림은 충청도 식이라 국물이 자작해서 짜지 않아 맛있다고들 하세요. 테이블에서 끓일 때 국물 졸아드는 것까지 감안해서 염도계로 간을 맞추거든요. 그래서 국물을 그냥 떠먹어도 좋고 밥을 비벼 먹어도 맛있어요.”

생선구이와 조림에 우선순위가 밀리긴 해도 아귀찜의 존재감도 상당한 게, 단체손님들의 예약 1순위 메뉴다. 원재료가 좋아서 쫄깃하고 부드러운 아귀 본연의 식감이 매콤한 양념과 섞여 조화로운 맛을 낸다. 아귀찜의 맛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게 콩나물. 여기선 콩나물의 비린내를 없애고 아삭한 식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한 번 삶았다가 얼음에 담가서 보관한다. 그러면 조리시간도 단축되고 맛도 일정하게 낼 수 있다고.

맛있는 생선요리들에 곁들여 정가네의 재방문율을 높여주는 효자 아이템은 1인용 밥돌이로 지은 돌솥밥이다. 요즘은 외식업소마다 밥돌이가 인기지만, ‘손님이 밥뚜껑 열었을 때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바로 그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주방에선 늘 출입문 쪽에 신경을 쓴다. 흑미와 찹쌀을 배합해 갓 지은 찰진 돌솥밥은 생선구이, 조림, 아귀찜과 찰떡궁합이다.

대박집 비결 3

집에서 만들기 번거로운 생선요리를 외식 요리로 정성껏 대접

“일부러 찾아오시는 손님들 마음을 헤아려보면 뭐가 좋을지 답이 나와요~”

생선이 원재료인 정가네의 모든 메뉴는 다 맛있다. 회전율이 좋으니까 생선이 신선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그렇단다. 손님들 역시 그걸 잘 알고 있어서 오늘도 정가네의 문턱은 붐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정가네가 위치한 운천동은 딱 청주의 중앙이라 동서남북 인근 지역으로의 이동이 쉬운 반면 입지로 보면 사실 썩 좋은 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된 노포도 마찬가지겠지만 지난 2년간 이만큼이나 성장한 건 맛으로 승부한 결과인 것 같아요. 예전엔 한 블록만 나가면 있었던 시외버스터미널도 가경동으로 이전했고, 주변엔 그럴싸한 관광지도 없거든요. 다만 근처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18대 분량의 넓은 주차공간이 메리트였죠. 그래선지 평일 점심시간에만 직장인들 150여 명이 저희 정가네를 찾아오세요. 문 열기도 전에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이시는 동네 어르신들도 계시고요. 주말엔 가족 단위로 오시는 분들이 300명 이상이에요. 지역 손님이 많지만 요즘엔 외지 손님들도 꽤 많아졌어요.”

특이하게도 정가네 손님들 대부분은 밥 손님들이다. 저녁에도 술은 반주 정도로만 즐기는 경우가 많아 상호 그대로 밥 먹으며 정을 나누는 밥집 무드로 정착했다. 이런 풍조 역시 손님들이 만든 것이었다. 이제 2년 차이지만 그동안 고마운 단골손님들도 많은데, 오 대표는 화덕 앞에 있다 보니 손님들 얼굴 쳐다볼 겨를이 없어도 몇 번 세종시에서 찾아오신 노부부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손도손 서로 챙겨주며 맛있게 생선구이를 드시는 모습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고.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그가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오 대표는 조곤조곤한 말투로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갈 정가네 생선구이의 운영 원칙에 대해 얘기했다

사실 음식 맛이라는 건 기본을 지키면 됐어요. 정직하게 하면 맛은 변하지 않았거든요. 귀찮으니까 편하게 하려고 바꾸면 그때 맛이 변하죠. 절대로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않고, 내 식구가 먹는다 생각하고 정성껏 만들며, 마진이 조금 남더라도 좋은 식재료만을 사용할 것. 이게 제 외식 철학이에요. 손님들은 하나같이 집에서 만들어 먹기엔 번거로운 생선요리를 여기 와서 모처럼 잘 먹고 간다고 하시는데, 그게 바로 정가네의 정체성이자 슬로건이기도 하고요.”

작년 11월부터 생선값이 계속 올랐어도 메뉴 가격은 그대로다. 착한 가격의 생선구이 전문점으로 소문난 정가네는 일찌감치 적십자사를 통해 수익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는 희망풍차 나눔가게 활동도 하고 있다. 곧 지역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매달 식사 쿠폰도 발행할 계획이다. 코로나19에도 평일이건 주말이건 잊지 않고 찾아오시는 지역 손님들에게 작은 보답을 하고 싶어서다. 이번 사태로 정가네는 크게 타격을 입진 않았지만 이 기회에 새 단장을 하려고 지난 5월 휴일에 손님 테이블을 다 마당에 내놓고 센딩기로 싹 밀고 새로 칠했으며, 바닥 청소로 광을 냈다.

외식업 경력 10년이 채 안 되는 동안 세 번 개점해 세 번 모두 론칭에 성공해 청주의 새로운 맛집 반열에 올라선 정가네의 오윤석 대표. 3년 차에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

조만간 생선을 재료로 한 신메뉴를 추가하려고 해요. 맛있는 밥집에서 저녁에 술 한잔 하면서 먹을 수 있는 생선 메뉴여도 좋겠죠. 그게 튀김일 수도 있고 탕일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메뉴들과 조화롭게 곁들일 수 있는 걸로 생각 중입니다.”

얼마 전 정가네의 홀 한쪽에 놓인 커다란 행운목 화분에서 가지마다 꽃들이 활짝 피었다. 부인 김희정 씨는 홀 가득 퍼져나가는 그 향기가 어릴 적 좋아했던 치자꽃 향기를 능가할 정도라고 했다. 전남 화순이 고향인 그녀는 정미소를 했던 친정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식구들이 다 손이 커서 떡을 두 솥이나 해 밭 매러 가는 마을 사람들을 먹였다고 한다. 온정을 베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돌고 돌아 그 복을 받는가 보다.

정가네

본점 :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운로 199(운천동 1118) 043-267-1880

영업시간 : 오전 11~오후 830 (평일 브레이크타임 : 오후 3~5)

휴무일 : 첫째, 셋째 주 일요일 휴무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