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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먹으면 단골… 소문난 24시 중국요릿집 화곡2동 ‘자금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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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먹으면 단골… 소문난 24시 중국요릿집 화곡2동 ‘자금성’

월간 음식과 사람 2020. 9. 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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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0.09 P.80]Volunteer_나누고 섬기는 외식인

외식업소 사장으로서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일까. 손님들이 출입문을 밀고 들어올 때,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음식에 대해 칭찬해줄 때, 하루 장사가 끝난 후 어제보다 매출이 오른 걸 알았을 때 등이 공통적이었다. 어떤 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손님으로 오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접할 때라고 말한다. 음식으로 소통하는 건 타인을 위로하는 가장 빠른 일이면서 자신도 행복해지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 이를 오랫동안 실천해오고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2동 중국집 자금성을 찾았다.
editor 조윤서 photo 지호영, 자금성

자금성 앞에서 함께한 정복실, 김주인 대표

부부가 합심해 첫 외식업소 성공 대열에 올리고 온정 베푸는 ‘자금성’ 정복실·김주인 대표

“외식으로 소확행 한다면 뭐니 뭐니 해도 짜장면이죠~”

“외식업 문외한이었지만 맛있는 음식 만들어 널리 홍보하면 되겠다 싶었죠~”

자그마한 중국요릿집이 이렇게 깔끔하고 아늑할 수가 없다. 두 달 전 인테리어를 하면서 식당 내부의 벽지를 다 뜯어내고 대리석 타일을 붙였는데, 테이블 7개가 오순도순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양새가 마치 친척집 식탁에 초대받은 듯 정겹다.

결혼 후 충남 천안에서 회사를 다니던 정복실(52) 대표는 남편 김주인(54) 대표와 함께 상경해 2003년 서울 강서구 화곡8동에 있던 자금성을 인수했다. 갑자기 생긴 빚으로 고민하던 터에 주변에서 중국요릿집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누구는 중국집 차려서 집도 샀다며 권했던 것. 시어머님이 고향을 한번 버리는 것도 괜찮다고 한 말에 용기를 얻었다. 무엇보다 짜장면은 돈이 없어도 시켜 먹는 메뉴라는 생각에 선뜻 실행에 옮겼다. 생애 첫 식당을 갖게 됐으나 궂은일을 해본 적이 없던 정 대표는 처음에 많이 울기도 했단다.

그땐 하루 매출이 20만 원밖에 안 됐어요. 오기가 생겨서 연휴 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죠. 처음부터 주방 실장님은 월급 더 주고 최고로 요리 잘하는 분을 모셨고요. 네모난 전단지 대신 냉장고에 붙이는 복주머니 모양의 자석 전단지를 만들어 나눠줬더니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외식업에 경험은 없었지만 일단 음식이 맛있고, 그걸 사람들이 알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건데 그 생각이 옳았어요. 두 달 만에 하루 매출이 100~120만 원까지 올랐으니까.”

굉장히 빠른 성과였다. 매출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한번 생긴 단골손님들의 주문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화곡2동으로 이전한 건 2011년이었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니 확실히 매출도 더 좋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맛과 홍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단지 나눠주는 아주머니는 지금도 여섯 명을 고용한다. 몇 년 전 유명 케이블방송에 소개되고 배달앱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형편은 더 나아졌다. 주변은 대부분 주택가지만 생활용품 유통단지도 있고 술집, 숙박업소도 많아서 밤이고 새벽이고 걸려오는 주문 전화로 자금성의 불은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빠른 시간 안에 자금성이 지역주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된 데는 무엇보다 요리가 맛있기 때문이었다. 주방이 홀만큼이나 넓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탕수육에 들어가는 고기는 초창기부터 비싼 국산 등심만 사용했어요. 재료가 비싸면 그 값을 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메뉴 구성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요일별 할인 메뉴는 기본이고, 강서구에서 처음으로 돼지숯불구이를 곁들인 메뉴도 개발했죠. 오늘의 추천 메뉴는 점심시간에 반응이 아주 좋아요. 얼큰굴짬뽕, 새우볶음밥, 고추잡채 등을 정상가에서 2000원 정도 할인해 7000~8000원 선에서 먹을 수 있어요. 아침에 오늘 메뉴 뭐냐고 물어보시는 전화도 많아요. 메뉴는 칠판에 적힐 때까지 저도 몰라요. 매출 추이를 봐서 남편이 아침마다 마음대로 결정하고 있거든요(웃음).”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반반요리, 한 그릇에 세 가지 요리도 자금성의 히트 품목이다. 양장피, 팔보채, 깐풍기, 고추잡채, 깐쇼새우 등을 탕수육과 세트로 구성한 2~3만 원대의 반반요리는 술안주로 인기 최고라고. 주인장이 추천하는, 자금성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요리는 해물누룽지탕, 차돌짬뽕, 깐쇼새우, 크림새우, 양장피 등이다.

소박한 감동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 부부가 아름다운 동행

“요양시설 어르신들도, 훈련 끝낸 예비군 대원들도 짜장·짬뽕이 인기였어요~”

자금성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서 정 대표는 봉사활동 단체를 수소문했다. 마침 화곡8동에는 더부리라는 단체가 있었다. 뜻있는 지역주민이 쌀, 김치, 반찬을 기부하면 그걸로 밥을 지어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달해주는 일이 주요 업무다. 자금성에서는 40여 명분의 짜장 소스를 한 솥씩 제공하곤 했다. 판매하는 짜장면과 똑같이 채소, 고기 등이 다 들어가 있는 소스라 취향에 따라 면과 밥만 있으면 한 그릇 뚝딱 먹을 수 있어 인기였다. 화곡2동으로 옮겨온 지금은 강서희망나눔을 통해 온정을 베푼다.

여기로 오고 나서 동네 사람들과 친해진 다음에 화곡2동 어르신 잔치를 열었어요. 점심시간을 네 타임으로 나눠 관할지역 어르신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는데 200여 명 정도가 오셔서 출입문 밖에까지 앉아서 드셨죠. 도로를 지나가는 차들이 신호대기 중에 구경하기도 하고 행인들도 기웃기웃하고. 자금성을 모르셨던 분들도 알게 된 계기였어요.”

홀몸어르신들에게 쌀 배달도 오랫동안 빼먹지 않고 해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르신들은 쌀 항아리에 쌀이 가득 차 있을 때 행복하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께 드리진 못해도 주변에서 넌지시 알려준 할머니 한 분께 매달 직원이 20kg짜리 쌀가마니를 오토바이에 싣고 배달해드린다. 2년 전쯤부터는 화곡2동 주민센터와 연계해 매달 식권을 발행해서 자금성에 와서 식사하고 가시도록 했다. 주로 홀몸어르신이거나 중·장년 저소득층 주민 10여 명이 대상이다.

짜장면이나 짬뽕, 볶음밥 등을 드실 수 있도록 했어요. 짜장면을 많이 드시긴 해요. 짜장면이라는 음식이 참 희한한 게, 안 먹어본 사람도 없고, 한 번만 먹어본 사람도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잖아요. 아직까진 짜장면 한 그릇 먹자는 말이 정겹기도 하고. 이웃과 정을 나누기에 이만한 음식도 없는 것 같아요. 대신 정말 빨리들 후루룩 드시고 가시죠(웃음).”

어쩌다 자금성에는 군복 입은 예비군 대원들이 단체로 방문하곤 한다. 관할지역 예비군 부대장의 제안으로 훈련이 끝난 대원들에게 급식 지원을 하고 있는 것. 소정의 현금을 지원받긴 하지만 그보다 더 값어치 있는 맛있는 볶음밥, 짬뽕밥은 23일 고된 훈련을 끝낸 대원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가연마을이라는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에는 봉사단원들과 함께 찾아가 짜장면도 만들어준다. 화곡2동으로 옮겨왔지만 아직도 더부리장학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먼저 손길을 내밀고 있는 정 대표 부부. 좋은 일은 감출 수가 없는지 소문이 퍼져서 남편과 함께 선행구민 표창을 받기도 했다.

첫 외식업소로 중국집 택한 건 짜장면 특유의 친근함 때문

“자금성을 더 많이 알려서 맛있는 중국요리로 소통하고 싶어요~”

맛있다고 소문 난 자금성 요리는 정말 맛있다. 24시 배달음식점인 만큼 매출의 90%가 배달이라 배달앱 주문이 많아지면 간혹 별점 테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지만 그래도 맛있는 요리가 단골손님을 꾸준히 불러 모은다. 주문이 밀렸다고 하면 면이 불어도 좋으니 꼭 갖다만 달라는 손님이 있을 정도. 이래저래 강서구와 양천구에서는 정 대표 부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꿈나무카드로 밥을 먹고 가는 아이의 할머니는 일부러 오신 게 뻔한데도 지나다 들르셨다며 농장에서 따온 상추를 한아름 주고 가시곤 한다. 정 대표는 외식업이 힘들어도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게 무척 든든하다고 했다. 일손이 달리는 요즘엔 막 군에서 제대한 아들이 나와서 홀 서빙과 앱 주문 처리 등을 도와주고 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자금성을 운영해나가고 싶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 생애 첫 번째 외식 메뉴로 짜장면을 선택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짜장면을 배달해준다는 건 즐거움이나 행복을 배달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일상의 소확행을 선물해준달까. 돈을 떠나 자금성이 많이 알려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저희 가게 요리를 드셨으면 좋겠어요.”

매일 아침 일찍 자금성 앞 도로에는 신선한 고기와 채소, 해물, 계란 등을 싣고 온 차량들이 줄을 선다. 출근하던 동네 주민들은 웬만한 마트보다 배달 차량이 많은 자금성의 풍경을 보고 좋은 식재료를 쓰고 있다는 신뢰를 얻는다. 동네의 흔한 아침 풍경이 은연중에 손님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 여기선 맛있는 요리는 기본, 주인장 내외의 선한 영향력이 덤으로 나온다.

자금성

주소 : 서울 강서구 화곡2849-1

전화 : 02-2692-0080

영업시간 : 24시 연중무휴(명절 당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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