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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필요한 소외계층 위해 수년간 외식상품권 발행, ‘예산냉면갈비’ 조현구 대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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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필요한 소외계층 위해 수년간 외식상품권 발행, ‘예산냉면갈비’ 조현구 대표

월간 음식과 사람 2022. 9. 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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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2.09 P.76] Volunteer_나누고 섬기는 외식인

식당을 운영하면서 손님으로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중엔 일부러 검색해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고 초대를 해야 오는 손님도 있다. 식당 주인으로서 이웃에 맛있는 한 끼 대접은 물론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는 ‘예산냉면갈비’ 조현구 대표를 만났다. editor 조윤서 photo 박해윤, 예산냉면갈비

‘ 예산냉면갈비 ’ 조현구 대표와 부인 최현정 씨. 소갈비가 대세인 예산에서  20년째 돼지갈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받은 사랑만큼 돌려드리려 외식상품권 만들었습니다~”

소갈비가 대세인 예산에서 돼지갈비로 더 유명한 맛집 ‘예산냉면갈비’

충남 예산은 사과와 소갈비가 지역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예당호 출렁다리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주말이면 식도락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늘었는데, 차로 10분 거리인 산성리엔 그 유명한 예산냉면갈비도 있다. 2002년 오픈해 올해로 20년이 된 예산냉면갈비는 소갈비가 대세인 예산에서 돼지갈비로 더 유명해진 지역 명소다. 내부로 들어서면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반질반질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한정식집에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테이블 29개에 홀을 가운데 두고 커다란 룸과 작은 룸이 마주 보고 있는 특이한 구조. 조현구(50) 대표는 20년 전 예산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이 식당 자리와 연이 닿아 갈비집을 차렸다.

당시 제가 수원 쪽에서 중국요리집을 하던 시절이었어요. 직원들이 속을 썩여서 머리도 식힐 겸 놀러 왔다가 동네도 마음에 들고 새로 짓고 있는 건물도 마음에 들어 덜컥 계약해버렸어요. 군대 동기들이 당시에 각각 서산냉면갈비, 보령냉면갈비를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여긴 예산이니까 예산냉면갈비로 이름 지었죠. 맛있는 반찬을 푸짐하게 대접하자는 원칙을 고수해서였는지 처음부터 장사는 잘됐습니다. 무엇보다 고기와 김치는 국산만 쓰거든요.”

예산냉면갈비에선 한돈 프레 시 돼지갈비만 쓰고 냉면 면 발도 직접 뽑아 만든다. 외식 상품권을 가져온 손님들에게 도 같은 걸 대접한다.

예산냉면갈비의 메인 메뉴인 돼지갈비는 어디서나 파는 흔한 맛이 아니다. 오픈 당시부터 20년째 홍성, 예산 등지에서 키운 국산만 쓰고, 한 번도 얼리지 않은 한돈 프레시 등급이라 신선하고 쫄깃하며 양념과 어우러져 감칠맛을 제대로 낸다. 함께 나오는 밑반찬 또한 가짓수도 많고 하나같이 맛있다. 식당에 필요한 기본 식재료들을 근처 금오산 밑에서 사과, 배 과수원을 하는 장인, 장모님이 직접 길러서 보내주시기 때문. 과일은 물론 고추, 가지, 노각, 각종 무공해 쌈채소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게 건강한 식재료들이 상에 오르니 단골손님이 꾸준히 늘었다.

다들 갈비 양념 맛을 어떻게 내냐고 하시는데, 단맛을 낼 때 설탕을 덜 넣고 사과, 배 등 과일을 갈아 넣으면 더 부드럽고 연한 맛이 나요. 돼지갈비 먹을 때 냉면이 빠지면 안 되잖아요. 제가 면 뽑고 육수도 만드는데, 비빔냉면 다대기 만들 때도 과일이 들어가고요. 장인, 장모님표 과일을 음식 만들 때 참 많이 씁니다. 채소는 쌈밥 메뉴에 쓰고요. 점심엔 쌈밥 손님이 대부분이거든요. 제육볶음, 고등어구이, 된장찌개, 눌은밥에 여러 가지 반찬을 11000원에 먹을 수 있어서 푸짐하고 가성비 좋다고들 하십니다.”

가까이에 예산군청이며 공단 등이 있어 공무원 손님도 많지만 보통 시골 소모임, 계모임, 봉사단체 모임, 공장 회식, 어린아이들 있는 가족이 단골손님들이다. 시골이라 연령대가 높은 노인들이 많으셔서 서비스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예산냉면갈비에서 발행하는 외식상품권.

관내 홀몸어르신, 다자녀가구 등 도움 필요한 가구에 외식상품권 발행

이렇게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예산냉면갈비의 모든 메뉴는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것과 똑같이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대접하고 있다. 현재 새감마을로 이름이 바뀐 예산군 덕산면 소재 위탁보호시설 대상자들은 10년 넘게 식사 초대를 해왔다. 때마다 승합차를 몰고 가서 아이들을 식당에 데려와 돼지갈비 등을 먹이곤 했던 것. 한 번 올 때마다 인원이 40~50명은 됐다.

애들이 원래 돼지갈비 참 좋아하잖아요. 와서 시끌벅적하게 갈비 먹는 거 보면 참 흐뭇했는데 커가면서 오는 횟수가 드문드문 줄더니 요즘은 발길이 뜸하네요. 코로나19 때문에도 그랬을 테고요. 작년엔 과수원에서 재배한 장인어른 사과를 열 상자 갖다드리면서 갈비 드시고 싶으면 언제든 아이들과 오시라고 했어요.”

예산냉면갈비엔 받는 사람이 기분 좋아지는 즐거운 외식상품권도 있다. 직접 제작한 상품권은 여기선 돈으로 통용된다. 5년 전쯤 예산읍사무소에 찾아가 상품권 다발을 드리며 관내에 계신 형편이 어려운 분들께 전달해주십사 했다. 그 후 읍사무소에서 선정한 홀몸어르신, 다자녀가구, 차상위계층 등에 가구당 5만 원 상당의 외식상품권이 전달되고 있다. 대상자들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배분돼 한 달에 보통 열 가구쯤의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수거되는 상품권이 1년에 대략 400만 원 정도 된다.

아내와 상의해 명함 사이즈로 1만 원짜리 외식상품권을 제작했어요. 그게 다섯 장씩 지원 가구에 가는 거죠. 그거 가져오시면 기한 상관없이 예산냉면갈비의 모든 메뉴를 다 드실 수 있습니다. 역시 돼지갈비가 제일 인기고요. 나이 드신 분들이 상품권 갖고 오시면 직접 갈비를 구워드리기도 합니다. 가끔은 이렇게 상품권 발행하는 게 읍사무소 직원들 귀찮게 해드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오시는 분들은 너무도 좋아하시거든요.”

조 대표는 현재 예산군자율방범연합대 수석부대장이다. 지역의 자율방범대라 할 수 있는 역전대장 시절부터 하면 벌써 20년째 활동 중. 예산에 오면서부터 시작한 이 방범대 활동을 통해서도 이웃을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한다. 예산군 장애인종합복지관, 노인종합복지관 등에 분기별로 짜장면을 만들어드리는 재능기부 행사는 인기 최고였다. 짜장면 싫어하시는 분은 없어서 무척이나 반겨주셨던 이 일에는 방범대원들이 함께 해주었다. 지금도 그때 기억이 난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복지관에서 장구, 하모니카 수업을 마치고 옹기종기 모여 식사하러 오시곤 한다.

예산군자율방범대에서 군민을 위해 하는 일이 많아요. 군 전체에 600명가량 되는데 조직이 잘 꾸려져 있거든요. 재작년 물난리 때는 하우스에 파견돼서 흙 퍼내는 일을 했고, 시장에 물난리가 났을 때도 상가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다 퍼냈습니다. 9시 이후 방범순찰이나 청소년 선도, 지역 행사에서 교통정리해주는 건 일상적이고요, 가끔 실종자 수색 활동도 합니다. 제가 식당을 하다 보니 먹는 게 필요한 일에도 가끔 동원되죠.”

음식 장사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봉사는 먹거리 나눔

이웃과 무언가를 나누게 된 건 생각해보니 그가 외식업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수원에서 중국집을 운영할 때도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의 결식아동 집에 가가호호 짜장면을 배달해주기도 했다. 동 주민센터의 소개를 받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여기 짜장면집인데 먹고 싶으면 갖다 주겠다고 물어본 후 좋다고 하면 배달해주는 식이었다. 그것도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직접 했다. 음식 장사 하는 사람이 주변에 할 수 있는 일이 이거지 하는 생각이 그저 자연스럽게 들었단다. 아내 최현정(42) 씨는 남편이 좋다고 하면 앞으로도 뭐든 반대는 안 할 거라며 웃었다.

실은 가장 큰 지지를 해주는 사람이 아내라 든든해요. 그동안 한자리에서 갈비집 20년을 했더니 참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는데 갈비를 참 좋아하셨던 70대 할아버지가 생각나네요. 늘 혼자 오셔서 5인분을 드셨어요. 빨리 드실 수 있게 직원이 구워드렸는데 마지막에 오셨을 때 그러시더라고요. 내가 이제 못 올지도 모르겠다고. 암에 걸려 수술하러 가기 전에 먹고 힘내려고 오셨대요. 그런데 그날은 2인분도 못 드시더니 나머지는 싸달라고 하시곤 다신 못 오셨네요. 할아버지, 할머니 손님들은 안 오시면 벌써 걱정이 됩니다. 반면에 20년째 단골도 많아서, 엄마 손 잡고 와서 막 뛰어다니던 꼬맹이들이 커서 어른이 돼 아이를 낳아 같이 와요. 이젠 손님들이 가족처럼 느껴져요. 예산은 제 고향이나 마찬가지고요.”

예산 산성리는 먹거리도 풍부하고 주변에 관광지도 많은 평화로운 마을이다. 가을이면 국화축제, 사과축제 등으로 사람들이 흥에 겹다. 찾아오는 행락객들도 많은데 문제는 식당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

일하는 분들 찾기가 진짜 힘들어요. 농가에선 여기서 결혼한 외국인의 친척들을 농번기 때 초청해서 일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해놨는데 외식업은 왜 안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식당만 해도 일하시는 분들이 다 예순 살이 넘으셨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시골 외식업소들은 정말 힘들어집니다. 지역주민들과 상생할 수 없어요. 외식업 관계자분들이 다들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도시만큼 살기 좋은 시골을 만들어주세요.”

내년쯤엔 예산군자율방범연합대 대장으로 승진할 것 같다는 명실상부한 예산군 지킴이 조 대표. 시골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주는 그에게 예산냉면갈비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변함없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예산냉면갈비

주소 : 충남 예산군 예산읍 산성공원219

전화 : 041-335-9941

영업시간 : 오전 11~930(오후 3~5시 브레이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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