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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집] 20년 정성이 빚어낸 깊은 감칠맛, 만화간장게장 조성남 대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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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집] 20년 정성이 빚어낸 깊은 감칠맛, 만화간장게장 조성남 대표

월간 음식과 사람 2019. 8. 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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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사람 2019.08월호 P.69] Real Interview 대박집 숨은 비법을 찾아서

20년 정성이 빚어낸 깊은 감칠맛, ‘만화간장게장’ 조성남 대표

“비법 간장에 일주일 숙성시킨 게장이라 짜지 않아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광장 한가운데에 있어도 장사가 다 잘되는 건 아니다. 미각에 예민해진 사람들은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위해서라면 장거리 여행도 마다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에 숨은 진정한 맛의 고수들은 멀리서도 이들을 불러 모은다. 주변이 온통 배나무 과수원인 경기 의정부시 고산로 일대의 만화간장게장도 그중 한 곳이다.

editor 조윤서 photo 김성남

의정부 민락나들목(IC)에서 톨게이트까지의 도로는 좌우를 전혀 다른 형태의 주거 환경으로 나누는 상징성을 지녔다. 오른쪽은 고층의 아파트단지와 학교, 상가들이 빼곡하고 왼쪽은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는 고산 배나무 단지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도로가 아스팔트에서 갑자기 흙길로 바뀌어 어리둥절하지만, 얼마 안 가서 배가 주렁주렁 열린 과수원들이 담을 맞댄 정겨운 풍경과 마주치게 된다. 이 배나무밭 가운데에 넓은 주차장을 갖춘 만화간장게장이 있다.


[대박집 비결 1] 해장국집 하면서 4년간 철저히 준비해 오픈

포천에서 간장게장 전문점은 모험결국 맛으로 승부했어요

마중 나온 조성남(60) 대표는 주변이 다 배밭이었던 20143월 이곳으로 건물을 지어 이전해왔다고 했다. 담 너머에 늘어선 탐스러운 배나무들이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곳이었다. 천장이 넓어서 시원하고 쾌적한 내부는 입식과 좌식 룸으로 구분돼 편리하다. 400평 부지에 70여 평 정원의 간장게장 전문점으로 성장하기까지 20년 가까이 걸렸다.

처음 식당 문을 연 건 1994년 포천시 소흘읍 이동교리에서였어요. 사실 저는 아가씨 때부터 원단 짜는 기술자여서 식당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인연이 그렇게 되려는지 어느 날 저녁 친구네 불백집에 밥 먹으러 갔다가 덥석 가게를 인수했지 뭐예요. 뭘 만들어 팔지 정해놓은 메뉴도 없었어요. 정육점 하는 친구 남편한테서 고기를 사서 뼈다귀해장국 50kg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대접했더니 3분의 2는 다 맛있다고 칭찬하더라고요. 친정이 종갓집이라 어릴 때부터 곁눈질로 배운 솜씨가 있었던가 봐요. 그래서 제 첫 식당이 뼈다귀해장국집이에요. 고향인 충남 부여 식으로 만들었는데, 거기선 대탕이라고 해서 생콩을 갈아넣고 우거지를 함께 끓여 맛이 담백하죠. 점점 손님이 늘기 시작하니 장사할 맛이 나더라고요.”

뼈다귀해장국에서 간장게장으로 업종을 변경한 건 단골손님 덕이었다. 매주 찾아와 해장국을 먹고 근처 온천을 가시던 할머니 손님 두 분이 계셨는데 어느 날은 한 분만 오셨단다.

친구분이 편찮아서 못 오셨다는 거예요. 입맛 도시라고 박하지게장 담가놓은 걸 싸드렸죠. 병상에 있던 손님이 그걸 먹어보고는 간장게장을 만들어 팔아보라고 적극 권하시더라고요. 다른 데 없는 맛이 난다면서. 서울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이셨거든요. 어머니뻘 되시는 분이 매주 와서 그러시니까 저한테 정말 그런 능력이 있나 싶었죠.”

뼈다귀해장국집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간장게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맛있다고 소문난 간장게장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짜지 않은 간장게장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그리고 4년 후인 2000년 간장게장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부여 고란사 주지스님께서 지어주신 만인(萬人)이 화합(和合)하다라는 뜻의 상호도 그대로 가져와 만화간장게장으로 간판을 달았다. 포천 최초의 간장게장 전문점으로 야심차게 새 출발을 했지만 처음 5년간은 장사가 안돼 힘든 시절이었단다.

저만의 비법으로 담근 게장에 자신이 있었는데 포천에서 간장게장이라니 생소했나 봐요. 어떤 날은 하루에 한 마리 팔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땐 저녁에 지인들을 불러서 다 같이 나눠 먹었죠. 게장은 오래 두면 맛이 변하거든요. 그래도 한번 드셔본 손님들은 또 찾아오고 꾸준히 손님이 늘기 시작하더니 2005년부터 월 매출 1억 원이 됐어요.”

[대박집 비결 2] 최상급 연평도 암게만으로 변함없는 맛 유지

맛 좌우하는 건 90%가 간장, 10%가 싱싱한 꽃게랍니다

간장게장으로 승부를 낸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조 대표는 지금도 최고로 쉽고 최고로 어려운 게 바로 간장게장이라고 했다. 재료도 싱싱해야 하지만 같은 맛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 오픈 때부터 게는 연평도산 암게만 쓴다. 알이 꽉 찬 봄게가 최상인데 워낙에 게값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해마다 봄가을에 한꺼번에 수매해서 인천 웅진수협 저장고에 물량을 확보해둔다. 일주일에 들여오는 꽃게는 대략 500kg 정도. 냉동창고에 즉시 넣어 맛을 보존한다.

대량으로 들여오니 안 좋은 것도 섞여 있기 마련이에요. 전문가들도 100% 좋은 거라 장담하지 못하는 게, 까보지 않으면 속을 알 수 없는 게 꽃게거든요. 3마리 사면 2마리는 마르고 알이 없어서 싱싱한 1마리만으로 게장을 담가요. 나머지는 탕에 넣어서 국물을 내고요.”

좋은 게를 고르는 팁은 일단 무겁고 딱딱해야 된다는 것. 게는 오래 살면 살이 빠지기에 같은 값이면 저울에 올렸을 때 5마리보다 3마리를 사는 게 안 속는 방법이란다.

이렇게 좋은 꽃게만 쓰다 보니 만화간장게장에선 무엇을 먹어도 다 맛있다. 그래도 베스트 메뉴를 뽑으라면 1인분 1마리에 27000원 하는 간장게장. 게값이 치솟아 몇 년 전보다 가격이 조금 오르긴 했어도 손님들은 여전히 그 맛을 못 잊어서 찾아온다.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맛의 비결은 바로 특제 비법 간장이었다.

간장게장은 90%가 간장 맛, 10%가 신선한 게 맛이에요. 좋은 간장을 써야 잡내가 없고 게 특유의 식감과 풍미가 살아나요. 저희 가게의 간장게장은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 특징인데, 사흘간 간장에 각각 다른 종류의 재료를 넣고 끓여내기 때문이죠. 첫째 날은 마늘과 생강을 넣고 끓이고, 둘째 날은 거기에 말린 청양고추를, 셋째 날은 숙성된 대추 덧장을 첨가해서 끓여요. 대추 덧장은 아들한테도 공개 안 하던 비법이었어요(웃음). 대추가 게의 독성을 제거해주고 간장의 짠맛을 잡아줘요. 또 간장이 게살 속으로 잘 흡수되게 해주죠. 이렇게 사흘간 끓여낸 간장을 차갑게 식혀서 손질한 게에 붓고 다시 일주일간 숙성시키면 끝이에요.”

손님상에 나갈 때는 먹기 좋게 잘라서 송송 썬 쪽파와 참깨를 뿌려낸다. 노란 알이 가득 찬 간장게장은 누르면 터질 듯이 한 마리라도 양이 꽤 된다. 한 입 먹어보면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짜지 않은 감칠맛이 나서 과연 이것이 간장게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인생게장이 따로 없다. 게딱지에 따끈하고 고슬고슬한 가마솥밥을 떠 넣고 살살 비빈 다음 김에 싸 먹으면 더욱 별미다. 여기서는 간장게장과 영원한 투톱인 양념게장도 확실히 기존에 먹어본 맛은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양념게장에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는다. 복분자 발효액을 넣고 버무려 자극적인 매운맛 대신 진하고도 매콤한 맛이 식욕을 자극한다.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밥도둑이라 손님들은 보통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두 마리씩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만화간장게장 조성남 대표와 둘째 아들 이성권 씨. 포천에서 시작했다가 2014년 3월 이곳 의정부로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한편 국물 좋아하는 손님들에게 인기인 꽃게탕은 게장보다 더 매출이 오를 때가 있는 스테디셀러. 진한 국물도 좋지만 게장과 똑같이 알이 꽉 찬 암게는 먹을 게 많아서 더 좋다. 꽃게탕과 간장게장을 모두 먹고 싶다면 만화정식을 주문하면 사이드 메뉴와 더불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만화간장게장의 별미는 바로 참게매운탕인데, 된장 다데기를 넣고 끓이는 구수한 참게매운탕은 단골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참게는 귀해요. 잘 안 잡혀서 대부분 양식이지만 그 맛을 기억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좋아하시죠. 살이 많지 않아도 특유의 맛이 있는데, 특히 참게장은 밥에 비비면 간장계란밥 같은 고소한 맛이 나요. 밥은 또 제가 전국에서 제일 잘하니까요(웃음). 2~3인용 가마솥에 뚜껑을 강화유리로 특별 주문제작해서 밥이 아주 고슬고슬하니 맛있게 돼요.”

이곳의 어떤 메뉴든 가마솥밥과 같이 먹으면 금상첨화다. 메인 요리를 주문하면 갓 지은 가마솥밥과 사이드 메뉴 여러 가지가 따라 나온다. 사서 쓰는 건 하나도 없다는 밑반찬은 굵은 당면 잡채, 꼬들꼬들한 식감이 별미인 궁채, 홍어채, 도라지무침, 천사채, 부침개, 장조림 등. 식당 반찬이지만 정갈하고 맛있는 집밥의 맛이다.

[대박집 비결 3] 매출 올려주는 80%의 단골손님 대접에 최선

손님이 뭘 좋아하는지 개별 취향 기억했다 주방에 전달해요

예전엔 손님이 버스 타고 저희 가게에 간장게장 먹으러 올 거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근데 요즘엔 지방에서도 찾아오시죠. 그런 분들은 단골손님이 될 확률이 많아요. 게장이 단가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단골손님 대접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소위 뜨내기손님이 많으면 단골손님은 줄어서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되더라고요. 가장 먼 데서 오는 저희 가게 단골손님은 브라질에서 해장국집 하시는 분인데 1년에 두 번 재료 사러 한국에 올 때면 꼭 잊지 않고 찾아오세요. 네 살 때부터 해마다 생일날이면 찾아오는 고등학생도 있죠.”

조 대표는 이제 단골손님의 취향까지도 훤히 기억한다. 입구에 손님이 들어서면 단번에 알아보고 뭘 좋아하는지 기억해뒀던 걸 주방에 전달한다. 저 손님은 양념게장 위에 쪽파를 더 많이 얹고, 저 손님은 간장게장 국물을 더 자작하게 내주라는 식. 간혹 예민한 손님들이 화장품 냄새에 민감해질 수 있어 화장은커녕 손크림도 바르지 않은 지 오래됐다.

그래도 조 대표는 손님 복, 직원 복이 많다며 환하게 웃었다. 붐비는 주말에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도 짜증 내지 않는 손님들과 바빠도 인상 쓰지 않는 직원들이 있어서다. 건축업을 하다 몇 년 전부터 함께해주는 두 아들과 며느리가 있어 더 든든하기도 하다. 역할 분담이 잘돼 있어 주방에서 간장 달이고 꽃게 자르는 건 둘째 아들 담당, 구리농수산물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해오는 건 첫째 아들 담당이다. 조 대표는 주방팀장이자 음식물 쓰레기통 담당이란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커다란 쓰레기통을 락스로 닦는 게 일과 중 하나다.

[대박집 비결 4] 실속세트 등 할인가 포장판매로 매출 신장

테이크아웃뿐 아니라 선물용 택배까지 전국으로 당일 배송돼요

만화간장게장엔 식사 후 테이크아웃을 해 가져가는 손님들이 유난히 많다. 간장게장 3마리와 수게무침 1kg 실속세트가 10만 원. 간장게장이나 양념게장도 각각 2마리에 4만 원으로 식당에 와서 먹을 때보다 한결 싸다. 특히 명절엔 선물용으로 주부들에게 최고 인기라고.

경기가 안 좋다고 해도 저희는 하루 매출이 포장판매로 메꿔지는 것 같아요. 남는 건 별로 없지만 주말엔 손님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테이블 회전율도 높고요. 그래선지 매출 변동 폭도 크지 않아요. 이만큼 되기까지 지난 20년간 굴곡이 많았는데, 그래도 저는 한 번도 밥을 굶을 거라 생각한 적은 없어요. 남들 1시간 일할 때 2시간 하면 먹고살 수 있었어요.”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해서일까. 조 대표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매년 포천시장애인체육대회 참가자들을 먹이기 위해 밥, , 반찬을 전담하고 있다. 봉사 현장에 같이 다닌 두 아들은 햄버거 200개 분량을 만들어 바자회에 기부한다.

손으로 뭔가 조몰락거려서 만드는 걸 좋아하는 조 대표는 장차 반찬을 해서 식당에 파는 게 꿈이다. 식품공장을 세워서 식당마다 필요한 반찬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납품할 거란다. 하지만 사업이 안정되면 큰아들에게 넘기고 정작 그는 또 다른 꿈에 도전할 거라고.

언제부턴가 제 걸음이 무척 빨라졌어요. 마트에 가도 천천히 걷지를 못하죠. 강원도처럼 사람 많지 않은 곳에 테이블 5개짜리 조그만 식당을 열 거예요. 혼자서 간장게장 팔면서 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 식당아줌마 하는 것, 그게 제 꿈이랍니다.”

언젠가 강원도 산골을 지나다 만화간장게장 2호점을 만나게 되면 그 또한 행복일 것이다.

만화간장게장

주소 : 경기 의정부시 고산로 309

예약 : 031-843-0627~8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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