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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이진우의 외식&경제

왜 아기들이 줄어들고 있을까?

월간 음식과 사람 2021. 8.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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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21.8 P.62] Marketing point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경제와 관련이 있다. 그만큼 경제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장기 불황으로 허덕이는 외식업 경영자 처지에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경제 지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가게 일로 눈코 뜰 새 없더라도 잠시나마 경제와의 티타임을 가져보자. 경제를 알아야만 돈이 보인다. editor 이진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photo shutterstock

왜 아기들이 줄어들고 있을까?

30년 전에 예고돼 있었던 사건

최근 뉴스 중에 별로 고민 없이 그냥 스쳐지나갔지만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뉴스가 하나 있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의 숫자가 27만 명이라는 것이다. 이게 왜 이상하냐면 한 해 전인 2019년만 해도 30만 명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매년 태어난 아기들의 숫자를 되짚어보자.

2004년에 49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 후 40만 명대 신생아는 10년 넘게 이어졌다. 201047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났고, 2015년에도 44만 명이 태어났다. 그러다가 2016년에 40만 명, 2017년에 36만 명, 2018년에 33만 명. 2019년에 30만 명이 태어났다. 3년 만에 30만 명대가 깨지고 20만 명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요즘 우리나라는 전례 없이 매우 급격한 출생아 수 감소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인 것은 별로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 이야기를 또 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 이야기를 해보려는 건 저출산이 유독 요즘 들어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가 뭘까. 참고로 2020년에 신생아 수 30만 명이 무너지고 27만 명의 아기만 태어난 것은 코로나19 때문은 아니다. 2020년에 태어난 아기들은 2019년에 임신된 아기들이어서 코로나19로 인한 임신 기피와도 무관하다. 그냥 급감한 것이다.

요즘 갑자기 더 출생아 숫자가 급감하는 이유는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의 가족계획 정책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가족계획 정책은 참 유별났다. 정부도 유별났지만 그 정책을 받아들이는 국민들도 유별났다. 1970년 합계출산율이 5명이 넘었던 우리나라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로 압축되는 가족계획 정책 덕분에 1996년에는 합계출산율이 1.6명으로 급감한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출산율이 감소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많이 낳던 아기를 이제는 더 이상 많이 낳지 않기 시작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남자아기를 골라 낳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신생아의 남녀 성비가 뒤틀리기 시작했는데 1970년 여자아기 100명에 남자아기가 109명 태어났고 1990년에는 여자아기 100명에 남자아기는 116명이 태어났다. 1996년에 태어난 여자아기의 숫자는 남자아기의 86%에 불과했다.

이러면 무슨 일이 벌어지냐면 이 무렵에 태어난 여자아기들이 29~34세의 출산 연령에 접어들었을 때 신생아의 숫자가 급감한다. 1990년에 태어난 여자아기가 엄마가 되는 시기는 2020년이다.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신생아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그보다 30년쯤 전에 우리나라에 태어난 여자아기의 숫자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저출산 트렌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더욱 급격한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엄마가 될 여성들 숫자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다. 최근의 저출산은 이미 30년 전에 예고돼 있었던 사건인 셈이다.

아기들의 숫자는 엄마들의 인구와 관련이 깊어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태어나는 아기들의 숫자는 그 아기들을 낳을 만한 엄마들의 인구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로부터 우리는 앞으로 태어날 아기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과거에 태어난 여자아기의 숫자를 통해 미리 출생아 수를 예측해보면 이렇다. 앞으로 몇 년간은 태어나는 아기의 숫자가 23만 명까지 줄어들다가 2024년부터는 다시 출생아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1991~1997년 사이엔 출생아 숫자가 70만 명 안팎으로 비교적 많았는데 그 아이들 중에 여자아이들이 29~35세가 되는 시기가 2025년 무렵이기 때문이다. 29세부터 35세 사이의 여성 숫자는 2019207만 명에서 2026233만 명으로 늘어난다. 결론은 지금부터 약 10년 정도는 출생아 숫자가 큰 변화 없이 20만 명대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다음부터는 또 출생아 수가 급감할 것이다. 작년에 태어난 27만 명의 아기 중에 여자아기의 숫자는 13만 명이고 그들이 한 명의 아기만 낳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050년쯤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13만 명 정도일 것이다. 참고로 1970년에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100만 명이었다. 80년 만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 태어날 아기들 숫자를 둘러싼 우울한 산수는 여기서 멈추고 왜 저출산인지, 어떻게 하면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최신 이론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은 아직 찾지 못했는데 짐작이 가는 몇 가지 가설은 있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 이스털린 교수의 코호트 가설이라는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지금의 삶이 과거 청소년기의 삶보다 더 나으면 결혼을 하고 그 반대이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간신히 빈곤을 면해가던 1970년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5명을 넘긴 건 지금보다 그때가 더 살 만하고 희망적이어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과거보다 현재가 낫고 어제보다는 오늘이 좀 더 살 만한 우상향의 시대에는 많은 이들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한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두고 나이를 먹은 기성세대들은 과거에 단칸방에 살면서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던 시절을 떠올리며 젊은이들이 근성과 기백이 없다고 나무라기도 한다. 그러나 이스털린 교수의 코호트 가설이 맞다면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건 그런 근성이나 패기와는 관계없는 단지 생활수준의 기울기와 관련된 선택의 결과였던 셈이다. 그리고 눈높이가 높아진 젊은이들은 완벽한 부모가 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되면 결혼을 미루는 선택을 한다. 이 역시 심리적 요인에 따른 결과다. 요약하자면 나는 결혼해서 아기를 가질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쉽게 할 수 있어야 출산율이 회복된다는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젊은이들의 비혼과 저출산의 원인으로 비싼 집값을 꼽는데, 그건 앞서 언급한 코호트 가설과 접목해보면 꽤 일리가 있는 결론이다. 집값이 비싸면 아기를 갖고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가 매우 어렵다.

‘제2의 서울’ 만들어야 저출산 극복 가능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집값이 비싼 것은 우리나라 서울의 문제만이 아니고 전 세계 모든 대도시들의 공통적인 특징인데 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유독 더 낮느냐는 점이다. 이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은 다른 나라는 거주를 위한 다양한 대안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도시가 우리나라는 사실상 서울뿐인데 미국이나 유럽은 여러 대안이 있기 때문에 출산율이 우리나라처럼 극단적으로 하락하지는 않는다는 가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출산율이 낮은 곳이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도시 하나로 이뤄진 도시국가라는 점이다. 이 도시 말고는 대안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도시로 몰리게 되고 그 도시의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오른 집값은 청년들의 결혼을 뒤로 미루게 만드는 요인이다.

조금 더 암울한 것은 이런 저출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결과가 강화될 뿐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출산은 인구 감소를 불러오는데 인구 감소는 대도시 집값의 상승과 취업난으로 이어진다. 혹자는 인구가 줄어들면 취업도 쉬워지고 입시도 쉬워지고 서울의 집값도 내려가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하지만 예상되는 결과는 그 반대다. 인구가 줄어들면 지방의 소멸이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인구가 최소한 10만 명은 돼야 유지되는 도시는 인구가 9만 명이 되는 순간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인구가 10만 명은 돼야 유지되는 약국, 서점, 마트 등이 문을 닫게 되고 그러면 그 동네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동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도시에 살던 수만 명의 인구는 주변의 큰 도시로 이동하게 된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려오게 되는 이유다. 대도시의 집값은 더 오르게 되고 그러면 사람들은 더 어려움을 느끼고 결혼과 출산은 더 줄어들고 그러면 인구는 더 빨리 감소하며 그 여파로 다시 대도시로 사람이 몰리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이렇게 되기 전에 얼른 서울 이외에도 사람들이 거주할 만한 좋은 도시를 또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인구를 여러 곳으로 분산해야 출산율이 회복된다는 게 최근의 저출산 극복 이론의 핵심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만고만한 지방도시를 여럿 만드는 게 아니라 서울에 필적할 만한 도시를 하나 또는 두 개 더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점이다. 전국을 골고루 고르게 발전시키기 위해 예산을 12개로 나눠서 골고루 분배하는 혁신도시 만들기 정책보다는 서울 이외의 지역 가운데 한 곳을 정해서 제2의 서울로 만드는 정책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최근의 연구 결과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울로 모든 것이 몰리는 집중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날 것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그런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진우 경제 팟캐스트 신과 함께를 제작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의 대표이자 MBC 라디오의 경제 프로그램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진행자다. 이데일리와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대표 저서로 <거꾸로 읽는 경제학>, <친절한 경제상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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