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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집]전국에서 손님이 찾는 고창읍성 향토 맛집, ‘모양성숯불구이’ 남기중·임미량 대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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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집]전국에서 손님이 찾는 고창읍성 향토 맛집, ‘모양성숯불구이’ 남기중·임미량 대표

월간 음식과 사람 2020. 7. 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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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성숯불구이 임미량 대표

[음식과사람 2020.07월호 P.68] Real Interview_대박집 숨은 비법을 찾아서

고창에 오시면 특산물로 차린 건강한 고인돌밥상 받으세요~”
전북 고창군 고창읍은 해마다 모양성제가 열리는 관광지답게 읍 전체가 활기에 차 있으면서도 소박하고 깨끗하다. 시골이라기보다는 잘 가꾼 전원도시 같고 편안한 휴식처 같은 느낌을 준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모양성에 갔다가 잘 정돈된 읍내를 한가로이 걸으며 구경하고 먹고 하는 여행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정감 어린 이 고창읍내에 여행자의 주린 배를 채워주기에 더할 나위 없는 향토 맛집이 있으니 바로 모양성숯불구이.
editor 조윤서 photo 김성남

대박집 비결 1

외지 손님 많은 관광지에선 엄선된 양질의 숯불구이가 최고

“서울 등 수도권 유명 식당에 7년간 육류 납품한 경력으로 좋은 고기 선점하죠~”

모양성숯불구이는 고창읍성이라고도 불리는 모양성에서 800m가 채 되지 않는 곳에 있다. 고즈넉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방장산 산봉우리가 굽어보는 양지바른 곳, 고창천과 노동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황토색 기와를 올린 마당 넓은 2층 양옥이 있다. 원래 관공서 건물이던 것을 2012년 남기중(62) 대표가 리모델링해 오픈했다.

고창군은 외지인들이 정말 많이 찾아오는 지역이에요. 고창 청보리밭축제엔 해마다 20만 명 이상이 찾아와요. 고창 수산물축제도 유명하고요. 여기 고창읍엔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이름난 고창읍성이 있는데 걸어서 가도 될 만큼 가깝죠. 근처에 게르마늄 석정온천, 고인돌 유적지, 골프장도 세 개나 있어요. 서쪽으로 30분만 가면 동호해수욕장이라 바다와 육지가 어우러진 살기 좋은 고장이 바로 고창입니다.”

관광지이다 보니 모양성숯불구이의 주된 메뉴는 여럿이 모여 지글지글 구워 먹는 소고기, 돼지고기 숯불구이다. 한우 생고기, 육회 등 생고기 종류와 숯불에 구워 먹는 한우 꽃등심, 갈비살, 살치살과 돼지 양념갈비, 생삼겹 등을 전문으로 판매한다. 하지만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흔한 고기가 아니다. 모양성숯불구이의 고기는 원육 자체가 남다르다.

여기서 고개를 넘어가면 장성이고, 정읍이에요. 광주도 30분 거리밖에 안 되죠. 거기 있는 도축작업장 두세 군데에서 좋은 고기를 선별해서 가져옵니다. 제가 20년 전에 서울, 인천, 이천 등지의 유명 식당들에 7년간 한우를 도매로 납품하는 일을 했어요. 서울에서는 삼원가든, 무등산 등 이름 대면 알 만한 곳들이 거래처였죠. 그래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여기 아랫동네 도축업체들로부터 좋은 고기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게 저희 가게의 경쟁력이에요. 최상급 한우와 100% 국내산 돼지고기만 엄선해서 받고 있습니다.”

이 중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며 매출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돼지갈비는 무조건 뼈 붙은 비싼 것만 들여온다. 마진은 별로 없지만 진짜 제대로 된 갈비를 대접하겠다는 남 대표의 고집 때문에 오픈 이래 한 번도 어긴 적 없는 철칙이다. 이렇게 확보한 양질의 돼지갈비는 그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 직접 개발한 장에 재어둔다. 흠집 없는 좋은 사과와 배를 기본으로 각종 채소와 과일,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는 다섯 가지 한약재를 혼합해서 만든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재료들이지만 역시나 비율이 관건이라 레시피는 비밀이란다.

준비된 갈비는 숯 대신 참숯탄이라는 응축시킨 톱밥에 구워 드시도록 합니다. 참숯을 쓰다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중국산 숯을 썼더니 불꽃이 튀어 손님 옷에 구멍을 내기 일쑤였어요. 당장 바꿨죠. 불맛을 품은 갈비는 짜지 않은 감칠맛이 나고 많이 먹어도 입이 개운해요. 원육 자체가 좋으니까 다 드신 손님들은 한결같이 내가 지금 갈비를 먹었나 싶을 정도로 소화가 잘된다고들 하시죠. 저희 가게엔 아이 손님도 많고 어르신 손님도 많아서 육질이 질기면 안 되거든요. 결국엔 이 모든 조건들이 어우러져야 최상의 맛이 나오고 손님들한테 인정받는 거 아니겠어요.”

대박집 비결 2

고창 특산물로 만든 한반도 첫 수도 밥상, ‘고인돌밥상’ 인기몰이

“고창 전통시장에서 할머니들께 사온 무공해 농산물이니까 진짜 향토음식이죠~”

광주광역시 태생인 남 대표는 모양성숯불구이를 하기 전엔 부인 임미량(50) 씨와 함께 바로 옆에서 황토마을이라는 갈치조림 백반집을 운영했다. 장모님이 20여 년 해오신 걸 이어받은 건데, 외할머니 때부터 수십 년간 식당을 하시는 동안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부인 임 씨는 음식 만드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오픈 이래 모양성숯불구이의 모든 메뉴를 손수 만들 정도여서 몇십 년 경력의 주방장이 와서 배워가기도 한다. 그 솜씨의 결정체가 바로 점심특선 메뉴다. 불 피우지 않고 먹을 수 있어 어떨 땐 갈비보다 인기가 많다.

점심특선 메뉴 중 단돈 만 원에 즐기는 고창정식은 떡갈비와 생선조림, 바지락초무침이 기본으로 차려진다. 고창정식에 육회, 족발냉채 등이 추가되면 모양성정식이고, 모양성정식에 장어조림과 바지락전이 추가되면 고인돌밥상이 된다. 고창은 전국 풍천장어 생산량의 70%, 바지락 생산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장어와 바지락이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한데, 이런 특산물을 재료로 모양성숯불구이가 작년 이맘때 선보인 야심작이 바로 고인돌밥상이다. 2019년 고창군에서 기획한 한반도 첫 수도 고창 밥상공모 때 개발한 것으로, 고창군 전체를 통틀어 최종 17개 업체가 선정되면서 지금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남 대표는 모든 공을 아내에게 돌렸다.

저는 그저 거들었을 뿐 아내가 다 했습니다. ‘한반도 첫 수도 고창 밥상이라는 건 전주 한옥마을의 기획자셨던 유기상 고창군수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청보리밭축제에 해마다 20만 명이 오는데 가만 보니까 축제 끝나면 다 인근 법성포로 가시더라 이거죠. 고창 축제에 와서 먹거리도 고창에서 즐길 수 있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개발하자는 취지였어요. 한반도 첫 수도라는 네이밍은 고창이 삼한시대에 큰 고을이었다는 기록에서 차용한 거라고 하네요.”

부인 임 씨는 고인돌밥상을 개발할 때 맛은 물론 식재료들의 궁합이라든가 먹는 사람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예를 들어 손님들이 간혹 궁금하다며 레시피를 물어보곤 하는 샐러드 소스에는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는 땅콩은 넣지 않았다. 손이 많이 가도 건강을 최우선 모토로 삼았기에 원재료나 부재료 모두 고창에서 나는 건강한 로컬푸드만 썼다. 밥상 개발자로서 지역민들과 상생하기 위해 고창 전통시장이나 오일장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

거기 가면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앉으셔서 직접 재배하신 채소와 콩, , 버섯, , 고추 같은 것들을 갖고 나와 파시거든요. 그래서 고인돌밥상은 진짜 로컬푸드예요. 메뉴명도 고창색을 내기 위해 고인돌이라 지었죠. 저는 고창의 특산품 중에서도 장어, 바지락, 복분자, 땅콩 등을 활용해 제대로 된 고창 한정식을 만들어보자 했어요. 복분자 풍천장어조림, 얼음 동동 띄운 복분자묵사발, 성송면 땅콩을 넣은 슬치땅콩볶음, 새싹보리 분말로 만든 두부, 바다와 인접한 심원면 만돌김으로 만든 김장아찌, 바지락탕 등을 새로운 맛으로 개발했어요. 제일 공 들인 건 돌솥에 지은 밥이에요. 그건 직접 드셔봐야 알아요.”

고창 특산물인 흑보리를 섞어 지은 밥은 일단 맨밥으로 먹어도 꼬들꼬들 식감이 좋다. 씹을수록 슴슴하게 당기는 맛이 있다. 코로 스며드는 구수한 밥맛은 다시마, 표고버섯, 당귀 등 6~7가지 재료를 우려낸 물로 밥을 지어서란다. 물론 레시피가 중요하다. 재료의 비율이 달라지면 과한 밥맛이 날 수 있어서다. 한데, 고창인 만큼 고인돌밥상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풍천장어조림이 아닐까. 장어의 본고장에서 먹는 장어조림은 복분자 소스를 입혀 더욱 쫄깃하게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더 별미인 건 한우 육회였다. 이제껏 서울에서도 먹어본 적 없었던, 단언컨대 업계 최강의 맛이 모양성숯불구이에 숨어 있었다. 서울 유명 음식점에 다년간 한우를 납품한 경력에다 최상급 암소만 고집하는 주인장의 신념이 더해져 다시 고창에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다.

이들 메인 메뉴 외에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했던 반찬으로, 갈비 장에 잰 김장아찌가 고인돌밥상에 올라 있다. 갈비 장에 재는 데도 짜지 않고 켜켜이 생강 맛이 감돌아 밥에 싸먹으면 한 그릇 뚝딱이다. 이 외에도 알 굵은 고창 신선바지락탕, 속까지 시원한 복분자묵사발이 입맛을 돋운다. 정작 이 밥상의 개발자이자 주방장이기도 한 부인 임 씨가 아끼는 메뉴는 따로 있었다.

수제 떡갈비가 정말 맛있어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혼합해서 남편이 반죽하고 제가 굽는데, 틀에 찍어서 만들 수도 있지만 너무 인위적이라 투박하고 먹음직스럽게 매일 아침 손수 만들어요. 고인돌밥상의 메뉴 중에서 돌솥밥이랑 떡갈비, 육회, 장어조림 같은 건 각각 마니아층이 생겼을 정도니까 이만하면 성공한 밥상이죠?(웃음) 그런데도 아직 김치 맛은 엄마 솜씨를 못 따라가요. 이 생김치는 엄마가 담가주신 거예요. 시원하게 매운 맛이 일품이죠.”

작년 여름에 출시된 고인돌밥상은 고창에 온 외지 손님들에게 즐겨 추천되는 메뉴이며, 맛으로 고창을 홍보해주는 효자 상품이다. 육회, 떡갈비, 장어조림을 뺀 모든 사이드 메뉴는 리필된다.

대박집 비결 3

CCTV 없는 고창 유일의 식당, 손님과 직원을 가족처럼

“밤에 출입문 열어놓으면 지나가던 길손이 커피 한잔 하는 낭만이 있대요~”

모양성숯불구이는 8명 정원의 독립된 룸이 8개나 되고 테이블이 36개로 124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래선지 단골손님 중에는 단체 손님들이 꽤 많다. 담이 없는 넓은 마당은 14대의 차가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버스 5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외지에서 손님들을 태우고 오는 버스는 출발지가 서울, 부산은 물론 경상도, 충청도 등 전국에 분산돼 있다. 남 대표는 그 시초가 부산 버스였다고 한다.

저희 가게에 유난히 버스가 많이 들어오는 건 부산 버스 덕분이에요. 하루는 부산에서 버스 다섯 대가 들어왔어요. 여느 때와 같이 대접해서 보냈더니 기사님들께 팁 한 푼 주지 않았는데도 주인이 진짜 잘해주더라고 다른 버스회사에 입소문을 내주셨나 봐요. 그때부터 몇 년째 버스 단체방문이 이어지고 있어요. 물론 고창 관광 겸해서 오시는 거고, 코로나19 이전까지 얘기에요. 저희도 이번에 매출이 30%는 떨어졌어요.”

그래도 남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얻은 게 있다고 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평소 손님들 중 외지인이 30%, 지역민이 70%였는데 최근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침체돼 외지인이 오지 않는데도 여전히 70%의 손님들이 찾아왔던 것.

놀랍게도 그분들이 다 지역의 단골손님들이셨던 거예요. 제가 손님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따지고 보면 식구나 마찬가집니다. 정말 귀한 인연들이시죠. 그전엔 소문난 가게니까 열어만 놓으면 알아서 오겠지 했거든요. 마음가짐이 아주 새로워졌어요. 손님 한 분 한 분께 더 감사하고 정성을 다하게 됐죠. 코로나19가 가르쳐준 것 중 최고였어요.”

사실 그 이면에는 그동안 남 대표가 베풀어온 선행들이 바탕에 깔려 있을 것이다. 모양성숯불구이는 특이하게도 영업이 종료된 밤에도 출입문을 열어놓는다. 거기에 커피 자판기가 놓여 있다. 누구든 지나다 커피가 생각나면 마음껏 뽑아 먹으라는 따뜻한 배려다. 그가 없는 어느 야심한 밤에 모양성숯불구이 마당은 즐거운 노상카페였는지 모른다. 이 집 주인장이 사람을 좋아하고 전적으로 믿기에 이 가게엔 CCTV도 없고 카운터는 직원이 도맡아 한다. 하긴, 주인이 손님을 믿지 못하면 손님이 주인을 어떻게 믿겠느냐는 말이 백 번 옳다.

개업 초기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손님들을 찍어서 한 장은 드리고 한 장은 매장에 붙여놓고 가끔 들여다봤어요. 보면서 손님들 얼굴을 외우려고 했던 건데 사진을 붙여놓으니까 다 단골이 되시더라고요. 국내 외식업 발전을 위해서 한 말씀 드리고 싶어요. 부산 분들이 버스 몇 대를 전세 내서 여기 오시면 우리 집 반찬이 다 전라도 반찬인데 남아나질 않아요. 강원도 진부에는 산채보리밥이 유명하고, 전남 나주에는 곰탕이 유명하잖아요. 이 특별한 음식들을 전국 어딜 가도 먹을 수 있게 지역음식의 표준화된 레시피랄까요, 공통분모가 나와서 서로 간에 공유하면 어떨까 싶어요. 강원도 진부에서도 똑같은 맛의 고창 장어구이를 먹을 수 있게 말이죠. 그러면 자영업자들의 틈을 비집고 대기업이 들어올 자리가 없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원대한 그의 꿈에 비해 부인 임 씨는 좀 더 구체적이고 아기자기한 꿈을 갖고 있었다.

여유가 좀 생기면 테라스 바로 옆을 고창 최초의 펫 프렌들리 공간으로 꾸미고 싶어요. 역시 아이디어는 제가 냈어요. 남편은 실행맨이죠(웃음). 외국처럼 식사할 때 애견, 애묘를 맡겨놓는다면 손님들이 더 편하게 식사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테라스가 바로 수변 산책로와 이어져 있어서 식사 후에 반려견과 산책하기에도 딱 좋은 코스거든요.”

모양성숯불구이에선 느긋하게 반나절 정도 머물러도 좋을 것 같다. 맛있는 식사 후에 테라스에 앉아만 있어도, 친절한 주인장과 수다를 떨어도, 수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봄엔 핑크뮬리, 여름엔 금계국, 가을엔 단풍, 겨울엔 설경 등 멋진 풍경은 덤이다.

모양성숯불구이

본점 : 전북 고창군 고창읍 동리로 183 / 063-564-9979

영업시간 : 오전 10~10(브레이크 타임 : 오후 3~5)

휴무일 :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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